반응형

[게임 기획자 이야기] 2장 셋. 게임 개발이 진행되면서 기획자의 역할도 바뀐다.

반응형

게임이 출시하기까지 한 2년 정도가 걸렸는데요.

그 때까지 하나의 역할만 맡았던 기획자는 전혀 없었어요.

어떤 식으로든 게임 개발 단계에 따라 역할과 해야할 일이 바뀌기 마련이지요.

게임 초기 기획이 끝나고 개발도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이제 조금 더 일을 세분화해서 진행합니다.

이제 그 단계에서 어떤 일을 맡을 건지를 결정하거나, 배정받게 되지요.

초기 기획이 끝나고 난 후엔, 저는 밸런스를 아주 잠깐한 후 UI/UX를 메인으로,

QA와 프로젝트 매니징을 맡다가 다시 콘텐츠 기획으로 돌아가며 역할을 맡았습니다.

 

이번 글에선 그 중에서도 몇몇가지 기억에 남는 역할을 정리해보려 합니다.

 

 

1. UI/UX 점검

임시로 사용하고 있던 UI를 버리고 본격적인 디자인을 입힙니다.

게임이 정말 게임같아지는 순간이죠.

 

여러 타입의 UI 디자인 시안을 놓고 모두가 고민했어요. 

게임의 분위기를 UI에도 녹여낸 시안,

깔끔하게 정돈해 휴대폰 OS UI 같은 느낌의 시안,

스튜디오에서 전통적으로 잘 쓰던 시안 등 여러가지 시안이 있었어요.

최종적으론 깔끔한 UI가 채택되었구요.

 

디자인 팀에서 에셋이 넘어오면 이제 언리얼 엔진을 통해 UI 작업을 시작합니다.

생각보단 쉬웠어요. 포토샵을 다룰 줄 알았던 게 크게 도움이 되었어요.

그리고 이 때의 작업을 제외하면 UI 디자인 변경으로 힘을 뺀 적이 없었는데요,

사실 출시까지 많은 시간을 벌 수 있었던 건 이 덕분이라는 생각도 지금은 듭니다.

 

UI 작업을 하고 UX 테스트도 했어요.

사용자들이 얼마나 편하게 메뉴에 익숙해지는지, 게임은 빨리 적응하는 지

다양한 연령과 성별의 사람들을 데려다가 테스트를 했습니다.

이 때 주로 봤던 건 아래 2가지였어요.

- 한 레벨마단 깔끔하지만 깊이 내려가야하는 UI 계층 VS 조금 복잡하지만 레벨이 낮은 UI 계층

- 최대한 복잡함 없이 적응할 수 있는 버튼의 개수

영상도 많이 찍고, task도 많이 뽑고 아주 정신없고 바쁜 테스트였지만 정말 도움이 많이 되고 뿌듯한 순간이었어요.

 

이 때를 기점으로 저는 UI/UX를 게임을 출시할 때 까지 계속해서 보게 되었죠.

 

 

2. 본격적인 밸런스 기획

밸런스도 사실 엄청 복잡한 기획입니다.

특히 재화 밸런스는 게임의 PLC와 BM을 모두 결정하기 때문에 무척 까다로운 기획이었습니다.

본격적인 밸런스 기획으로 넘어가선,

메인 밸런스 기획은 다른 친구가 하게 되었는데요,

정말 배울 게 많은 친구였어요. 

내가 만든 게임을 내가 가장 좋아해야한다는 마음가짐도,

밸런스는 감성이기 때문에 수치만으로 조정하면 안된다는 모토도 모두 잊혀지지 않습니다.

 

꽤 기억에 남는 경험이 몇가지 있는데요.

하나는 24시간 플레이를 하는 사람을 기준으로 밸런스를 짜는 거였어요. 

지금에야 MMORPG가 많아졌기 때문에 이런 밸런스 기획이 일반적일지 몰라도,

그 때만해도 행동력을 기반으로 플레이를 많이 했기 때문에

그렇게 흔한 사용자 페르소나는 아니었거든요.

 

그리고 적어도 초반 1주일까진 사용자가 어떻게 성장할지

빠삭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었어요.

사실 플레이를 강제하는 한이 있더라도,

1주일 정도는 사용자가 어떻게 성장하고 어떤 느낌을 받을지

모든 플로우를 알고 있어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중국에선 한 달까지 사용자 흐름도를 만든다는 카더라도 들었어요.

이 배경으로 밸런스를 잡는 과정은 제품 UX를 기획하는 데에도 많은 교훈이 되었어요.

 

반응형

3. 테스트! 테스트! 디버그! 디버그!

기획보다 테스트와 디버그가 메인 업무였던 순간이 두 번 있었어요.

첫 번째는 초기 기획이 끝나고 1차 UI 작업이 끝나는 순간이었어요.

UX 테스트를 시작할 빌드를 만들 때, 정말 많이 테스트를 했었네요.

회사의 QA 분들이랑도 엄청나게 친해지는 기간이었구요.

 

두 번째는 출시 직전 석 달 정도였어요.

이 때는 빌드 나오면 테스트하고,

빌드 나오면 테스트하고가 일이었어요.

낮에는 기획을 하고, 밤에 빌드가 나오면 테스트를 하고 이렇게 밤낮없이 일했네요.

 

이 때 기억에 남는 건, 팀에 불신이 생기기 제일 쉬운 구간이었기 때문인 거 같아요.

버그는 빠르게 고쳐지지 않고,

고쳐졌다고 하는 버그는 다른 버그를 만들죠.

나는 손 쉽게 발견한 버그를 다른 사람들은 발견 못하는 것 같기도 하구요.

프로젝트의 진행속도가 커지는 조바심과 욕심을 따라오지 못해 빠르게 힘이 빠졌어요.

 

이 때는 정말 퇴사를 생각할 정도로 힘들었어요.

건강도 참 안좋아졌구요.

이 때 본부장님과 형들이 참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줬어요.

"힘들 땐 힘이 다시 날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마라.
힘을 내야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도 힘이 빠지는 법이다."
"다른 동료들을 믿어라.
니가 이 게임에 쏟는 열정을 다른 사람들도 가지고 있고,
가지고 있다고 믿어줘야 너도 힘을 얻는다."

 

특히 다른 사람들을 믿어줘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제가 얼마나 자만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었어요.

제 욕심과 열정이 다른 사람들보다 특별히 더 크진 않았던 거 같은데,

그 땐 왜 그렇게 조바심 나고 다른 사람들이 못미더웠는지 모르겠어요.

일하면서 정말 부끄러웠던 순간 중에 하나였고,

거꾸로 큰 깨달음을 얻었던 순간이었습니다.

 

사진 : Tyler Lastovich on Unsplash

 

기획자는 무엇일까를 곰곰히 생각해보면 쉽게 답이 안나오는 이유가 이 것인 것 같습니다.

제품이 출시될 때 까지 단계를 거쳐가며 해야하는 역할이 시시각각으로 바뀌니까요.

그래서 전 오히려 필요한 때에 필요한 일을 할 수 있도록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사람이 빼어난 기획자라고 생각해요.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 처음에 기획을 맡으면서 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던 일,

혹은 하고 있었던 일과 너무 다른 일을 하고있어서 힘들어하고 계신 분이 계실까요?

그렇다면 전 조금만 더 힘을 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품 개발 단계에 맞춰서 훌륭하게 대처하고 계신 걸,

지금 자기만 모르고 있는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반응형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