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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기획자 이야기] 2장 넷. 팀원의 수에 따라 커뮤니케이션 방법도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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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입사할 때에는 스무명이었어요.

그리고 제가 이직할 때 쯤엔 거의 100명가까이 되었는데요. 

인원이 적을 때, 그리고 많았을 때 커뮤니케이션 방법이 어떻게 다른지를 떠올려보려합니다.

 

 

1. 사람이 적었을 때

이 때는 스타트업에서 일할 때와 비슷했어요.

아무래도 사람 수가 적으니까요.

직군에 상관없이 기획자, 디자이너, 개발자 모두가 방향 회의를 하기도 합니다.

이 때엔 일을 논의하는 것도 쉬울 뿐더러 진행도 정말 빠르게 됩니다.

 

그래서 잘 기억하는 게 중요합니다.

어떤 과정을 거쳤고, 어느 사람들과 이야기했고,

어떤 결정이 났는지를 잘 기억하는 게 중요해요.

회의는 잦고, 중요한 의사 결정은 많이 되고,

A와 B안 사이에서 어떤 결정을 할지 고민을 많이 했죠.

의사 결정이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났는지 전체 기억을 유지하고 있어야만

다음 이야기 때 실수하거나 잘못된 결정을 하지 않을 수 있었어요.

이 땐 유난히 짧은 단위의 회의록이나 메모를 많이 쓰고 메일로 엄청 많이 공유했어요.

기획서보다 메일을 더 많이 썼었죠.

 

이 단계에선 딱히 아쉬운 건 없었지만 하나만 꼽아보라하면,

역시 기획서보다 빠르게 의사 결정이 되어 차분히 기획서를 쓸 시간이 없었다는 거예요.

하지만 참 아이러니하게도 이 때 남겨둔 기획서들이

나중에 새로 들어오시는 분들을 대상으로 한 OJT 자료로 많이 쓰게 되었습니다.

 

 

2. 사람이 많아졌을 때

이 때부턴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많이 듭니다.

사람이 많아지니 의사 결정 논의를 모든 개발자가 참여해 진행할 수 없어지게 됩니다.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드는 요소들은 대게 아래의 경우들이었습니다.

  1. 결정 내용을 제대로 듣지 못한 사람이 생긴다. 대부분의 오해, 미스커뮤니케이션은 여기서 발생한다.

  2. 같은 문장과 같은 말이라도 참여자들마다 다르게 이해한다.

  3. 커뮤니케이션 시간으로 인해 서로의 작업 시간이 부족해진다.

 

한가지 기억에 남는 게 있습니다.

블리자드의 직군 중엔 커뮤니케이션 매니저가 있었어요. 

처음엔 회사가 커서 그런가 정말 특이한 직군이 있다고 생각하고 말았는데,

팀이 50명 이상으로 늘어나고 저 역시 커뮤니케이션 문제를 겪으니

저 직군이 왜 필요한지 알겠더라구요.

 

제가 겪었던 커뮤니케이션 문제는 대충 말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조금 큰 콘텐츠 작업을 하고 있었어요.

기획, 디자인, 개발 모두 세네명 씩은 참여하고 있었고, 당연히 개발 시간은 부족했죠.

일단 기획팀에서 기획을 짜 기획 리뷰를 합니다.

방향성, 기본 UI, 필요한 시스템과 디자인 작업물을 설명하고 요청합니다.

그럼 디자인팀과 개발팀이 각각 작업을 들어갑니다.

디자인팀에선 필요한 작업물과 UI를, 개발팀은 우선 밑단에서 돌아갈 시스템과 더미 UI로 작업을 하죠.

이 때 각각 변경점이 생깁니다.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일단 회의에서 공유한 내용을 다르게 이해한 경우도 있고,

목적만 이해하신 채로 방향은 다르게 진행한 경우도 있었죠.

기획의도와 일치하는 수준에서 변경점이 생기면 다행이지만,

어떤 날은 너무 다른 경우도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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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쯤 되면 개발팀은 왜 논의되지 않은 기능들이 생기냐고 물어보고,

디자인팀은 좀 더 진득하게 생각할 수 없는 상태에서만 일을 해야한다며 힘들어합니다.

팀에 알 수 없는 불화가 느껴져요.

기획도 꼼꼼하게 못하고, 일정도 제대로 챙기지 못한 제 잘못인 듯 하여 마음이 하염없이 무거워지기만 했어요.

이 때 부턴 매니저 역할을 할 수 밖에 없게 됐습니다.

기획서를 빨리 작성하고, 관련된 사람들에게 빠짐없이 전달하고,

일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꼼꼼하게 챙기고 공유하는 게 중요해지죠.

 

그리고 위의 문제는 결국 모두가 동의하는 업무 파이프라인을 만드는 걸로 일단락을 지었습니다.

기획은 UI 구조까지 모두 작업하여 일을 진행하기로 합니다.

원래는 UI에서 필요한 버튼을 정리하고 기초 배열만 고민했다면,

완성된 UI 레이아웃을 만드는 걸로 업무를 확장시킨거죠.

디자인은 UI에선 일단 기획이 진행한 대로 작업을 빠르게 하기로 합니다.

다만 기획단계에서 같이 참여하기로 했어요.

개발은 UI 레이아웃과 기획서가 함께 오는 단계에서부터 개발을 시작하기로 합니다.

전체적으로 개발 시간은 모자라지지만,

수정을 줄이기 위해 기반이 있는 단계에서 개발을 하기로 하는거죠.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참 별거 아닌 데 위태했다는 생각도 들긴합니다.

모두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걸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저 사람들이 정말 내가 힘들다는 걸 알고 있는걸까라는 의심이 서로를 못미덥게 한 것 같습니다.

결국엔 함께 일하는 사람이 힘들다는 걸 알고있다는 위로만 서로 전할 수 있었더라도 훨씬 가벼웠을 것 같긴 해요.

그래도 정말 힘든 시간들이었거든요.

저도 개개인의 비서인지 기획자인지 알 수 없는 순간들이 있었어요.

하지만 중요한 건 게임이 잘 만들어지는 거니까, 일단 끝까지 해보자는 생각으로 버텼었네요.

 

사진 : Pavan Trikutam on Unsplash

 

마무리하자면, 이 글을 쓰기로 결심했던 건 확장하고 있는 팀에 있다면

어느 순간 커뮤니케이션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이 때 커뮤니케이션 문제도 기획자의 일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물론 이 문제는 모두가 조심해야하는 게 맞아요.

디자이너라고 개발자라고 커뮤니케이션을 소홀하게 하면 안되죠.

하지만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조금 더 편하게 이야기하고,

서로가 가지고 있는 불만을 해소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조금 더 신경써야하는 직군은

역시 기획이라는 말을 꼭 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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