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2022년 독서일기 GomdolKim 2022. 3. 31. 17:00
내용을 요약하고 싶지 않은 책이 있습니다. 전체의 흐름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요약해버리면 그 맛이 사라지는 책들이 이죠. 어린왕자, 앨저넌에게 꽃을 같은 소설들이 제겐 그런 책입니다. 그리고 이 책도, 요약하고 싶지 않은 책이 되었습니다. 책의 처음에서 마지막까지, 엄마의 죽음을 겪어낸 저자의 이야기가 너무 따스하고 아름다워서 책을 다 읽고 덮고난 후에도 가슴 한 구석이 참 오래도록 따뜻했습니다. 이 책은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입니다. 저자는 한인 2세예요. 아빠가 미국인, 엄마가 한국인이죠. H마트는 한아름마트에요. 미국 내 한국식 마트죠. 엄마가 말기암으로 돌아가신 후, H마트에서 엄마가 요리할 때 쓰던 재료를 살 때, 엄마가 사주었던 뻥튀기를 어느집 아가가 사갈 때, 어쩔 수 없이 눈물이 난다는 문장..
책 이야기/2022년 독서일기 GomdolKim 2022. 3. 11. 20:12
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 빌 게이츠 지음, 김민주, 이엽 옮김, 김영사, 2021 누구나 편하게 읽을 수 있는 환경 입문서로 추천하고 싶습니다. 연간 510억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로 시작해서, 전기발전, 제조, 사육과 제배 등 어떤 요소가 각각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는지, 그리고 탈탄소화를 위해서 현재 기술은 어떤 기술이 얼만큼 발전했는지를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빌 게이츠의 생각의 속도는 읽은지가 너무 오래되어서 기억이 나지 않는데요. 글을 참 잘쓰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번역도 무척 잘하셨기 때문에 그랬겠지만, 문장이 정말 맛깔납니다. 자기가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현재 상황은 어떤지, 다음 행동은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논리적으로 설명합니다. 구조가 단순하고 문장이 읽기..
책 이야기/2022년 독서일기 GomdolKim 2022. 2. 17. 20:15
거꾸로 읽는 세계사, 유시민 지음, 돌베게, 2021 저는 지난 판본을 읽진 못했어요. 이번 개정판으로 처음 접한 책이었습니다. 책을 보고 싶다고 생각한 건 단순했습니다. 일단 저자가 유시민님이고, 유시민님께서 세계사를 요약하기 위해 고른 내용들이 궁금했었어요. 저는 세계사에 대해선 잘 모르기 때문에 처음 보는 사람, 사건이 너무 많았어요. 아니, 모든 이야기를 처음 읽는 거였는 데 참 재미있었습니다. 이 책에서 정말 감탄했던 부분은 작가님의 글쓰기 스킬이었습니다. 사건을 설명할 때, 어떻게 해야 독자가 재미있게 읽을 지, 쉽게 파악할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어요. 감정적으로 따라갈, 혹은 서사적으로 따라갈 인물을 배치하고 최대한 그 인물을 따라가게 서술합니다. 중화인민공화국의 시작인 '대장정' 챕터는 전혀..
책 이야기/2022년 독서일기 GomdolKim 2022. 1. 20. 21:26
작별하지 않는다, 한강 지음, 문학동네, 2021 소년이 온다를 읽고 난 후에 마음이 무척 아팠습니다. 광주 민주화 운동을 개요적으로 아는 것은 역사의 상처가 개인을 어떻게 지나갔는지, 심지어 아직도 아물지 않은 고통이 있다는 것과 너무나 달랐죠. 거기에서 나오는 죄책감, 슬픔때문에 하루종일 아팠던 거 같습니다. 그래서 그 이후 나온 채식주의자도,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도, 흰도, 작별도 모두 피했어요. 그러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읽게 된 건 채식주의자로도 5년이 지났다는 광고멘트와, 시적인 제목과 모호한 표지 덕분이었어요. 그리고 표지에서 느꼈던 이 모호함이, 사실 책 전체를 덮고 있다는 걸 알게 된 후론, 상당히 미묘한 감상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제목조차 모호합니다. ‘작별하지 않는다’라는 말의 모..
책 이야기/2022년 독서일기 GomdolKim 2022. 1. 4. 20:06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버네사 우즈, 브라이언 헤어 지음, 이민아 옮김, 디플롯, 2021 https://youtu.be/mtOe0vUcHGw 책을 무척 단순화 시키면 질문 하나와 답변 하나가 남습니다. 질문은 바로 아래와 같습니다. “사피엔스는 어떻게 다른 종족들을 이겼나" 그리고 답변은 바로 “다정함”이죠. 정확하겐, "자기가축화"입니다. 가축이라는 단어가 어색할 뿐이지, 자기가축화는 어려운 단어는 아닙니다. 사회화라고 비슷하게 설명할 수 있어요. 조금 더 친근하고, 조금 덜 공격적인것이죠. 그래서 책은 아래와 같은 주장을 펼칩니다. "자기가축화가 종족의 번영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작가는 다른 종족의 사례를 근거로 듭니다. 책을 읽어보시면 느끼시겠지만 이 부분의 이야기가 굉장히 재미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