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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범도 - 이동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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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Cq1CqT7xOnU

 

홍범도 평전

안녕하세요.

곰사장입니다.

북극서점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아무말이나 해볼 책은

이동순 교수님의 

민족의 장군 홍범도입니다.

 

이동순 교수님은 홍범도 연구를 42년을 진행해오셨습니다.

이미 2003년에 홍범도 장군의 서사시를 집필하시기도 하셨죠.

그 때가 20년 연구 결과라고 하셨으니, 

2023년은 벌써 연구 42년차가 됐군요.

교수님은 시인이시기도 한데요.

그래서 홍범도 장군의 전기가

매우 독특한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홍범도 장군이 태어나셨을 때부터, 

돌아가시기까지 전 생을 다룬 책인데요.

 

제가 꼽고 싶은 이 책의 특징은 크게 2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평전이나 전기가 아니라 

소설, 문학에 가까운 문장입니다. 

다른 하나는 홍범도라는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

넓게 펼쳐 놓은 이야기의 스펙트럼입니다.

이 부분은 조금 설명이 필요하겠네요

작게는 화승총 쏘는 법이 묘사됩니다.

화승총 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가 묘사됨으로써

장군이 얼마나 대단한 사수였는지를 이야기하는데요,

이런 사소한 이야기 뿐만 아니라

자유시 참변, 고려인 강제이주를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다는 점이

무척 인상깊었습니다.

 

소설? 평전?

우선 소설로서의 문체부터 이야기를 해볼까요?

이 책의 결은 거의 소설입니다.

일반적인 평전과는 무척 달라요.

평전은 주로 제3자적인 서술을 풀어나가죠.

하지만 이 책은 

일어나는 사건의 묘사는 중요한 내용만 서술해

리듬을 짧게 가져가 집중력을 유지하고,

감정, 생각을 길게 서술해

인물에 좀 더 깊게 감정이입하게 합니다.

인물의 심정과 생각을 직접적으로 서술하는데요,

장군이나 독립군들이 불렀던 노래, 

인물들이 떠올린 생각이나 대화의 직접적인 서술이

이 책을 평전이 아닌 소설을 읽는 느낌이 나게 하죠.

 

아내를 집으로 돌려보냈다. 
혼자 못 가겠다고 투정하는 걸 눈 부릅뜨고 짐짓 노기 띤 얼굴로 등 밀며 가라 했다.
"나는 이제부터 이 조선 땅 왜놈들을
깡그리 내 손으로 처단하고야 말겠소."
아내는 혼자 아이처럼 울면서 떠나갔다.
그 모습 바라보며 범도의 가슴은 천 갈래 만 갈래로 찢어졌다.
'여보, 미안하오. 정말 미안하구려. 부디 용서하구려.'

 

작가님 스스로의 생각도 적극적으로 말씀하시는데요.

변사의 느낌이 나는 서술도 많이 있습니다.

 

"죽음을 각오한 단양 이씨의 하얀 얼굴이
옥중의 일렁이는 호롱불에 비친다. 
악당 놈은 또다시 비겁하게
초죽음이 된 여인을 모질게 고문한다. 
단양 이씨는 어금니를 깨물고 그 고통을 참다가
기어이 혼절하고 말았다. 
아, 슬프고도 가엾어라! 
그날 밤 우리의 가련한 단양 이씨, 
그녀는 의병장 홍범도의 부인으로서
추호도 손색이 없는 당당한 죽음을 
지켜보는 사람 하나 없이
 차디찬 옥중 흙바닥에 쓰러진 채 맞이했다."

 

 

어렵지 않았던 독립 운동이 어디있었겠습니까.

하지만 홍범도 장군의 독립 운동도 

가난, 굶주림, 부족한 보급, 배신 등으로 얼룩져 

보통의 고난의 길이 아니었습니다.

왜군과 싸우다 총알이 없어서 후퇴해야했던 전투도

한 두번이 아니었으니까요.

아내는 일본군의 모진 고문에 죽고, 

첫째 아들은 전투 중에 죽고,

둘째 아들은 힘든 독립군 생활 중 병을 얻어 죽었죠.

어떻게 이런 상황 속에서도 

독립운동을 계속 해나갈 수 있었을까 싶은데요.

그런 와중에도 독립 운동을 끝까지 해내셨고,

독립군들의 사기를 진작하기 위해 애쓰셨고,

중요한 전투에서 승리를 끌어내셨죠.

 

이런 홍범도 장군의 일생을 

작가님의 불꽃같은 문장으로 읽다보면

정말 홍범도라는 인간에 

한 발자국 다가간 느낌을 받게 됩니다.

 

물론 이런 묘사엔 단점도 있습니다.

전투의 전략적인 개요를 파악하기엔 

좋은 책은 아닙니다.

봉오동 전투나 청산리 전투와 같이

중요한 전투나 사건의 흐름을 천천히 따라가며

전황을 꼼꼼하게 알고 싶은 분은 

이 책이 많이 아쉬우실 수 있습니다.

제가 그랬거든요.

 

넓은 폭으로 보는 홍범도

이 책을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것 중 하나는

인물 외에도 많은 것들을 언급해주시는

작가님의 노력입니다.

아까 말씀드렸듯이 화승총을 쏘는 것에부터

안중근, 윤봉길의사의 독립투쟁,

당시 국제 정세까지 정말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십니다.

그 중에 저는 처음 읽는 내용들이 둘 있었어요.

그건 바로 자유시참변이라고도 부르는 흑하사변과 

고려인 강제이주사건이었습니다.

 

자유시참변은 정말 간단하게 말하면 

당시 소련 편제의 독립군과 대한독립군 사이에서

무장 부대의 통솔권을 두고

일어난 무력 투쟁입니다.

홍범도 장군은 그 사이에서

독립군 간 협의를 해야한다며

두 독립군의 중재를 하려고 애를 썼지만,

결국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넘었죠.

작가님께서 자유시 참변이

독립군 간의 통합의 기회를 스스로 부수고

순정한 뜻을 무참히 꺾어버렸다고 평가하십니다.

일제에 맞서 싸우겠다는 독립투사들이

서로 원한을 품고 남의 나라 땅에서 싸운

정말 슬픈 사건이라고 말씀하시죠.

이 사건 이후 대일본 무장 투쟁은

두번 다시 일어서지 못하게 되었다고

정말 감정적으로 슬픔을 토로하십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고려인 강제이주입니다.

당시 소련의 통치자는 스탈린이고

스탈린은 일본과의 전투로 

엄청난 피해망상을 갖고 있었죠.

소련에 살고 있던 고려인들을 

일본인과 분간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소련 동쪽에서 카자흐스탄같은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를 시킨 것입니다.

강제이주에 동원된 고려인의 수가 많고,

동원된 철도는 너무나 열악한데다, 

가야하는 시간도 30~40일 정도였죠.

때문에 기차 안에서 불결한 위생과

잠, 식사의 부족으로 사망한 노약자도 많이 생겼습니다.

우리 민족이 겪어야 했던 또 하나의 비극이었던 것이죠.

 

저는 이 두 가지 사건에 대해선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어요.

홍범도 장군과는 별개로 너무나 가슴아픈 사건들이었지만,

어째서 홍범도 장군께서 

카자흐스탄에 계셨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민족의 아픔을 정말 정면으로 맞으신 분이었어요.

 

홍범도 장군께선 1943년에 돌아가셨는데, 

조금만 더 오래 사셔서 

광복 소식만이리도 전해 들으셨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정말 두고두고 가슴이 아팠습니다.

 

마치며

홍범도에 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장군의 삶을 전체적으로 조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감정적으로 몰입해가며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장군의 삶이 궁금하신 분들께 

무척 추천해드리고 싶은 책이었네요.

정말 어느 한 순간도 편한 밤을 보낸 적 없이

나라를 위해 싸우신 장군이었습니다.

그런 분의 명예를 훼손하려는 지금의 사태가

정말 가슴아플 뿐입니다.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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