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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언어 - 닉 채터, 모텐 크리스티안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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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컨택트

책 이야기를 꺼내기 전에 드니 빌뇌브 감독의 

컨택트 이야기를 간단하게 하려합니다.

 

갑자기 12개의 외계비행물체가 지구로 옵니다.

그냥 왔어요. 

공격을 해오거나, 외계인들이 말을 걸어오지도 않습니다.

 

주인공은 언어학자 루이즈.

육군장교인 웨버 대령이 루이즈를 찾아와

외계인의 언어를 번역할 수 있겠냐고 물어오죠.

 

그렇게 루이즈는 외계인의 언어를 파악하기 위해

우주선이 있는 곳으로 향하게 됩니다.

그곳에서 물리학자 이안을 만나,

함께 외계인과 접촉하게 됩니다.

이안은 자신이 호크아이라는 것이,

루이즈는 슈퍼맨의 여자친구라는 것이 비밀인 것 같습니다.

 

영화에선 외계인들의 실루엣이 정확하게 나오진 않지만

다리가 엄청나게 많은 길다란 오징어처럼 보여요.

그래서 인간은 그들을 7개의 다리라는 뜻의 헵타포드로 부릅니다.

 

처음엔 화이트보드와 보드마커를 통해 소통합니다.

단어를 소개하고, 외계인들도 문자를 보여주죠.

원형의 그림처럼 보이는 비선형적 문자로 표시됩니다.

예쁘지 않나요?

루이즈는 점점 헵타포드의 언어를 이해합니다.

 

헵타포드의 특징은 모든 시간을 동등하게 인지하는 것입니다.

현재와 미래를 같은 순간으로 파악하죠.

그래서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날 지도 모두 알고 있습니다.

현재는 그 정해진 미래로 가는 트랙인 것이구요.

 

루이즈가 헵타포드의 언어를 이해할 수록

루이즈는 헵타포드처럼 생각합니다.

점점 미래도 보이게 되죠.

 

이야기는 그 후로 급물살을 탑니다.

극비로 취급되던 외계인의 등장을 알아챈 일반 시민들,

외계인이 공격할 거란 걱정에 선제 공격을 하는 나라들.

루이즈는 외계인들이 공격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도움을 구하러 온 것이란 걸 알게 됩니다.

우주선에 대한 공격이 시작되기 직전에

루이즈는 미래를 읽어 그 공격을 멈추려 하죠.

 

이 영화는 테드 창의 '네 인생의 이야기'가 원작인데요.

주제의식은 비슷한데, 

플롯의 차이가 무척이나 큰 편입니다.

이 소개로 흥미가 생기셨다면 

꼭 한 번 보시길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영화를 정말 재미있게 봤지만, 책을 더 좋아해요.

특히 소설의 주제의식을 정말 좋아하는데요.

언젠가 이 책을 집중적으로 이야기하는 날도 오겠죠.

 

진화하는 언어

안녕하세요. 

곰사장입니다.

북극서점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아무말이나 해볼 책은

모텐 크리스타인센, 닉 채터의

진화하는 언어입니다.

 

저는 리처드 도킨스가 강력추천했다는 말에 사봤는데요.

언어라는 흥미로운 주제를 재미있게 다루고 있고,

꼭 맞는 예시와 비유가 있기 때문에

쉽게 읽을 수 있었어요.

 

언어는 어떻게 탄생했을까를 유추해보는 책인데요.

언어의 특징과 그 특징에 따른 형성 과정,

형성 과정에 따른 탄생 과정을 추적해보는 책입니다.

언어의 변화 과정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정말 재밌게 읽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책에서 작가들이 가장 큰 목소리로 주장하는 것은

언어는 바로 문화적인 산물이라는 것입니다.

누구도 언어를 설계하거나 만들지 않았다는 것이죠.

문화적인 진화를 거치기 때문에

정교함, 단단함과는 거리가 멀고

융통적이고 변화성이 크다는 것이 언어의 특징이라 말합니다.

 

언어가 어디서 어떻게 시작했는지 알 수 없어요.

아주 작은 인간의 집단에서 

의사소통을 위해 무언가를 주고 받기 시작한 것이

언어의 시작일 거라고 이야기합니다.

그게 음성일 수도 있고, 혹은 제스처일 수도 있죠.

작가들은 제스처일 확률이 조금 더 클 거라고 보긴 합니다.

 

오프닝에서 소개해드린 영화에서처럼

외계인을 처음 만났다고 생각해봅시다.

그럼 우리의 언어를 가르쳐주거나

외계인의 언어를 배워야겠죠. 

우선 외계인의 언어를 배워야 한다고 했을 때,

우리는 명사든, 동사든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의사 소통을 정의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그렇게 공통의 소리, 혹은 제스처를 찾고 나면

그것으로 의사소통을 하겠죠.

외계인들이 인간처럼 성대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소리 언어로는 소통할 수 없겠죠.

문자나 제스처를 쓸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달리기를 의미하기 위해서 

처음엔 전력질주를 달리는 척을 하다가

나중에는 팔만 흔들고, 

더 나중에는 손가락으로 달리는 척만 하게 될지도 모르죠.

중요한 것은 의사소통을 진행하면 진행할 수록

점점 더 정제되어 간단한 표현으로 가다듬어질것인데요.

 

그렇게 작은 집단에서 시작해 점점 더 넓은 집단이 사용하고

그 중에 좀 더 문화적인 약속으로 자리잡아가며

위의 일련의 모든 과정을 거쳐서

정리되고 변화한 게 지금의 언어인 것이지요.

 

그래서 저자의 주장은 

언어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기 어려울 것이며

언어는 문화적인 산물로서 

앞으로도 점점 진화하고 변화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때까지의 학계의, 혹은 사람들의 고정관념은

언어는 뭔가 공통적인 규칙이 있을 거다라고 믿었죠.

말과 단어가 어떤 규칙에 따라서 정의되어

쉽게 분석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보편적인 규칙을 가지고 있어서

문법적으로 완벽히 정리를 해낼 수도 

더 나아가서는 인류 공통의 언어를 

만들 수도 있을거라 생각했습니다.

언어가 태어나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있고

그래서 우리는 철저하게 문법과 규칙을 지켜야한다는

원리 원칙을 앞세우게 된 것이죠.

이를 증명하기 위한 정말 많은 연구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과가 제대로 나오지 않음에 

언어의 탄생을 연구하는 건 사실 

의미가 없다는 무용론이 나오기도 했고,

수학적, 과학적으로도 분석을 시도해보았지만

언어는 무질서한 것이다는 결론만 남았죠.

 

언어의 무질서함

 

언어는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유연하고 불친절하고 변덕스럽습니다.

책에서 든 예는 영어 'light' 이지만,

한국어로 '가볍다'를 살펴보아도 똑같습니다.

가벼운 무게, 가벼운 마음, 가벼운 맛, 가벼운 지갑 등

가볍다는 단어 하나가 포함할 수 있는 뜻이

무척이나 다양하죠.

비슷한 뉘앙스로 이해할 수 있는 거긴 하지만

곰곰히 살펴보면 정말 다른 뜻들이에요.

적은 질량, 좋은 기분, 간이 덜된 맛, 부족한 돈.

가볍다라는 단어 하나가 정말 다른 뜻을 가지고 있죠.

곰곰이 생각해보면 문법과 단어의 뜻이

변덕스러운 경우는 정말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꼭 단어의 뜻 뿐만 아니라 다른 예도 있습니다.

우리가 쓰는 맞춤법, 표준어도 때때로 바뀌게 되죠.

 

얼마전, 표준 국어대사전에

'각'이라는 단어의 세번째 뜻이 추가됐습니다.

'어떤 일에 대한 대강의 계산이나 견적을 비유하는 말'로요.

'오늘은 빠른 퇴근각이다!'

같은 식으로 쓰는 거죠.

여태까지는 그저 유행어로서 표준어는 아니었지만

이번에 그 의미에 맞게 사전에 등재된 것입니다.

우리는 흔히 

'어린 혹은 젊은 사람들이 말을 너무 함부러 막써!'

라고 말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떤 단어나 말이 원래 가지고 있던 본 의미를 

조금 변질해서 쓴다고 해서 

그게 꼭 나쁜 것일까요?

 

이 책은 그게 정말 자연스러운 언어의 모습이라고 말합니다.

언어는 계속 진화하는 것이니까요.

 

반복해서 저자가 주장하는 바가 바로

언어는 문화적으로 진화해온 산물이라는 것입니다.

저렇게 여러가지 뜻을 가지고 있는 것도,

때에 따라 맥락을 맞추었기 때문이죠.

갑작스럽게 만들어지거나 태어난 게 아니라

한 집단의 문화적 토대 위에 켜켜이 쌓여 만들어진 것이

언어라는 약속이라고 말합니다.

물론 사람이 사용하는 것이기에 

다윈주의적 변화, 돌연변이적 변화가 있을 순 있지만

근본적으로 문화적 산물이라는 주장을 반복해서 합니다.

 

언어가 문화적 산물이라는 걸 인정하는 것이

왜 중요한 주장이냐!

그것이 바로 언어의 특성을 결정짓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책에서 읽은 것 중 

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언어의 특성은

언어란 청자의 역할이 훨씬 더 큰

상호작용 게임이라는 정의였습니다.

대화라는 건 흔히 핑퐁, 

탁구나 테니스로 비유됩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대화는 받아들이는 사람이 훨씬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죠.

예를 들어 비가 약하게 와서 

괜히 뛰어가고 싶지 않을 땐

"나는 양반집 핏줄이라서" 라고 말을 하면

한국 사람에겐 우스개소리가 될 수 있죠.

하지만 '난 로마 공화정 시대 집정관이어서'라던가

'봉건 사회의 영주 핏줄이라서'라는 말은

와닿지가 않습니다.

영어의 부정 의문문에선 긍정으로 의미하기 위해

부정문으로 답을 해야하는 것도,

나라별로 뜻이 크게 달라지는 제스처들도,

결국엔 받아들이는 사람의 문화와 맥락에서 결정되죠.

거꾸로 이야기하면 언어는 이미

그 사회의 문화와 맥락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어, 영어, 일본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할 줄 아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에게 같은 질문을 했을 때

각 언어별로 대답이 바뀌더라는 사례를 

들어보신 적이 있으실 겁니다.

이미 언어 자체가 생각의 구조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인거죠.

 

루이즈가 햅타포드들의 언어를 체화할 수록

햅타포드의 특징인 현재-미래 동일시적인

사고와 비전을 가지게 됐다는 영화의 묘사도

이러한 언어의 특징을 충분히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언어는 우리가 다른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우리의 생각과 운동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우리가 무엇을 배우고 기억하며,

관례와 문화 속에서 어떤 함의를 포함하는지에

이미 많은 제약을 받고 있고,

많은 제약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문화론적인 관점에서 언어를 바라볼 때

언어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는 관점이 반복되는데요.

그 관점을 통해 바라본 AI의 언어라는 건,

정말 무의미하다는 이야기가 퍽 재미있게 보입니다.

사람의 말과 AI의 말을 말과 자동차에 비유하지요.

챗GPT가 아무리 수려하게 이야기를 한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쓰는 언어처럼

유연하고 독창적으로 말하기도,

문화적 맥락 위에서 들어주기도 힘들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언어에 관한 한 인공지능 시스템을 

생각보다 덜 무서워해도 될 것 같다고 말을 하지요.

 

마치며

 

진화하는 언어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언어는 치밀하게 만들어지고 설계가 된게 아니라

유연하고 독창적으로 이어진 문화적 산물이라는 주장만큼이나, 

인간의 대화는 듣는 사람의 해석이 중요하다는 말이 계속 가슴에 남습니다.

말하는 사람으로서는 듣는 사람에게 

얼마나 정확하게 말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듣는 사람으로서는 제가 가진 문화적, 경험적 토대 때문에

말하는 사람의 말을 오해하고 있지 않는지 

계속 질문하게 되네요.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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