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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욘 포세! 이 순서대로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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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ozeM7nADd44

 

욘 포세 문장의 특징

안녕하세요. 

곰사장입니다. 

북극서점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아무 말이나 해볼 이야기는

2023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욘 포세입니다.

저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작가였어요.

욘 포세의 책은 꽤 많이 출간된 편인데요.

왕창 읽어보았고, 

그 중에서 어떤 책들을 먼저 읽으면 좋을지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욘 포세의 책은

문장 구조가 굉장히 독특합니다

반복이 정말 많고,

서사의 흐름이 느리며,

사건의 구분이 흐릿하고,

주제 의식이 모호하죠.

이 모호함은 문장의 연결에도 영향을 주어,

문장과 문장 사이를 쉼표로 거의 연결합니다.

온점이 잘 없어요.

문장도 단락도 구분이 잘 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살짝만 보여드릴게요.

가장 최근에 출간된 멜랑콜리아의 일부인데요

64쪽입니다.

나는 말카스텐에 한 번도 가 본적이 없다.
이제 나는 말카스텐을 향해 걷고 있다.
내겐 돈이 있고, 나는 말카스텐에 갈 수 있다.
당신의 삼촌, 빙켈만 씨는 내게 집에서 나가라고 했다. 
나는 집에서 나가야한다. 
나는 말카스텐으로 가고 있다. 
나는 살 곳을 구해야 한다. 
다시는 당신을 만날 수 없을 것이다. 
내 사랑 헬레네, 다시 당신을 만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당신은 나와 만나고 싶어 한다. 그렇지않은가?

 

68쪽입니다.

나는 단 한 번도 말카스텐에 가 본 적이 없다. 
이제 나는 그 곳에 가고있다. 나는 길을 따라 걷고 있다. 
다음 모퉁이에서 방향을 틀면 말카스텐의 문이 보일것이다. 
나는 말카스텐에 갈 것이다. 
나는 말카스텐에서 몇 시간 앉아 있다가 
내 사랑 헬레네, 당신에게 되돌아갈것이다.

 

와우 맙소사. 

제가 책갈피를 잘못 꽂은 줄 알았어요.

읽은 페이지를 다시 펼친 줄 알았습니다.

사실 이 두 쪽 뒤로도 한참을 

이런 식으로 진행됩니다.

그래서 저는 중간중간 

제가 제대로 읽고 있는 게 맞는지 

헷갈릴 때가 있었어요.

꼭 멜랑콜리아 뿐만 아니라

모든 책들이 이런 느낌입니다.

반복되는 문장, 모호한 구분,

온점 대신 쉼표로 연결된 모든 문장.

모든 책들의 문장 구조가 비슷합니다.

그나마 욘 포세가 초기에 썼던 희곡의 경우는

인물간의 동작, 지문, 

연기를 위한 생각의 표현이 뚜렷한 편이라

읽기가 쉬웠어요.

하지만 소설로 넘어가면 

저 위의 모든 것이 어지럽게 배치되면서

서사도, 사건도, 인물의 감정도 

굉장히 모호하게 펼쳐집니다.

심지어 인물간의 대화도 

모호한 구간이 있어요.

 

이런 문장이 아주 독특한 독서 경험을

만들어주었습니다.

문장에 취하는 것 같더라구요.

 

혹시 아주 진한 에스프레소를 

드셔보신 적 있으신가요?

마시기 전부터 향에 머리가 아찔하더라구요.

마시고 나서도 코에 계속 커피향이 남아서

정신을 못차린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커피도 엄청 연하게 먹거든요.

약간 그런 느낌이었어요.

문장에 취해서 어지럽더라구요.

아주 독특한 독서 경험이었어요.

하지만 전 커피를 별로 안좋아해서...

 

개인적으로는 읽기가 좀 어려운 작가였어요.

그래서 이번에 추천해드리려는 순서는,

작가 특유의 문장은 즐길 수 있으면서

독서가 어렵지 않은 순으로 설명해드리려합니다.

첫 번째 추천 - 오누이

첫 번째로는 오누이입니다.

그림책인데요.

아동문학으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읽기는 쉽지만 욘 포세 특유의 문장은 살아있습니다.

그리고 주제도 뚜렷한 편입니다.

아이의 눈으로 보는 하루와 가족 이야기입니다.

사건과 서사가 흐린 건 이 작품도 마찬가지라

요약이 참 쉽진 않은데요.

부모님께 서운한 게 많았던 어린 시절을 보냈다면

따스한 위안을 얻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두 번째 추천 - 이름/기타맨

두 번째로는 이름과 기타맨입니다.

두 편의 희곡이 묶여있습니다.

저는 두 편 다 좋았는데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욘 포세의 작품은 소설보단 희곡이 

그나마 읽기가 편한 편입니다.

그리고 이름과 기타맨은 

주제의식 혹은 사건이 뚜렷한 편이에요.

그건 등장인물들의 대사가 

좀 더 맥락에 맞추어 이해하기 쉽단 뜻이죠.

 

읽기 쉽다는 것 말고도 

이 책을 추천해드리고 싶은 이유는

욘 포세가 늘 다루는 주제의식을

그나마 쉽게! 

바라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욘 포세는 작품을 통해 

허무, 단절, 죽음이나 이별을 통한 공허를

주로 다루는 편입니다.

심지어 아까 소개해드렸던 

아동문학인 오누이에서도

허무주의가 들어나는 편입니다.

그래서 문장의 맛도, 주제의식도 놓치지않고

제일 편하게 읽을 수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이름과 기타맨을 

가장 추천해드리고 싶네요.

 

세 번째 추천 - 아침 그리고 저녁

세 번째로는 아침 그리고 저녁입니다.

소설이지만 무척 희곡같은 느낌이 물씬납니다.

이 책은 삶과 죽음을 이야기하는데요.

개인적으론 어떠한 정보없이

읽으시면 좋겠습니다.

작가는 거의 모든 작품에서 

허무주의적인 주제를 다룹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선 

정말 너무 좋았는데!

제가 너무 좋았던 이유는 

모르고 읽으셨으면 좋겠어요!

이름, 기타맨이 희곡이라서 좀 낯설게 느껴지시는 분들은

이 책으로 욘 포세를 시작하셔도 좋겠습니다.

 

네 번째 추천 - 멜랑콜리아

이후부턴 읽기 난이도가 급격하게 올라갑니다.

그 다음으로는 멜랑콜리아를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진짜 어렵습니다.

문장은 쉬워요. 그런데 단락을 읽는 것이,

작품을 읽는 것이 어렵습니다.

심지어 주인공들조차 

커다란 정신적 장애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평범한 몰입이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멜랑콜리아를 네 번째에 둔 건

욘 포세의 문장을 가장 진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건 전적으로 

그 의도를 충실히 살리기 위한

번역과 편집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앞서 제가 책을 잘못읽은 줄 알았다고 

말씀드렸던 책도 멜랑콜리아에요.

솔직히 읽고나서 

가슴에 무엇이 남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취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던

정말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었어요.

 

다섯 번째 추천 - 보트하우스 / 3부작

다섯 번째로는 보트하우스입니다.

아니면 3부작을 읽으셔도 좋을 것 같아요.

텍스트의 난이도만 치자면

3부작이나 보트하우스가 멜랑콜리아보단 읽기가 쉽습니다.

서사가 뚜렷한 편이거든요.

얇기도 더 얇아요.

하지만 멜랑콜리아가 우울함에 흠뻑 빠진다면,

3부작과 보트하우스는 좀 더 허무함, 무기력함에 가까워요.

이 두 책을 읽을 때엔 

좀 더 바닥으로 가라앉는 느낌이 나는데, 

이 느낌이 조금 별로였어요.

그래서 멜랑콜리아를 더 먼저 추천해드리게 되네요.

 

읽기 포기 - 저 사람은 알레스

그리고 저 사람은 알레스!

이거 읽다가 포기했습니다. 

책이 예쁘고 생각보다 얇아서 

이 책을 제일 처음 집었는데요.

대실패였어요.

서사 없음, 문장의 모호함이 너무나 극단적이라

도무지 따라가질 못하겠더라구요.

만약 알레스를 가장 마지막에 봤다면 

느낌이 아주 달랐을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책은 나중에 다시 도전해보려 합니다.

 

마치며

2019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페터 한트케였습니다.

그 때 한림원의 선정 이유는 아래와 같았습니다.

'낯설고 기발한 언어로 

사람이 외면하고 싶은 마음과

인간 경험의 특별함을 탐구'

 

낯설고 기발한 언어,

사람이 외면하고 싶은 마음, 

이 두 가지가 절묘하게 엮여서

한트케의 책도 읽기는 참 쉽지 않았던 기억이 나네요.

 

다만 한트케는 문장이 조금 어려웠지

서사나 주제를 따라가긴 어렵지 않았는데, 

욘 포세는 문장의 나열은 쉬우나

읽기가 정말 어려웠습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욘 포세를 추천한다면,

정말 독특한 독서 경험을 했기 때문입니다.

쉽게 접하기 어려운 희곡 작품을 읽을 수 있단 점에서

추천해드리고 싶네요.

개인적으로 노벨상 수상 작가의 책들을 읽을 땐

이런 경험을 하기 원하는 편입니다.

평소에 읽던 책과는 다른 느낌의 책들을

읽어보고 싶어서요.

하지만 이번엔 좀 너무했다는 생각이

아~주 쪼금 들기는 했어요.

 

욘 포세의 책들에 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한림원에서 욘 포세를 선정하며 내린 평가는

'대단한 극과 산문으로 

말할 수 없는 것들에게 목소리를 준다.'였습니다.

이 말할 수 없는 것들이란 제가 느끼기엔

허무함인 것 같습니다.

정말 다양한 소재들 - 사랑, 증오, 질투, 양심, 소통의 부재들이 

모두 인생의 허무함을 다루고 있는 것 같아요.

20대 때 읽었다면 어떤 느낌이었을 지, 

나이를 좀 더 먹어서 읽는다면 어떤 느낌일지 

너무나 궁금한 책들이었습니다.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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