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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같은 맛 - 엄마의 조현병, 디아스포라, 그리고 음식으로 다시 찾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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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VEg0-I6uyWQ

 

제목의 뜻

주인공의 엄마는 한국전쟁을

온몸으로 겪어 내곤

미국으로 이민을 갑니다.

하지만 고단한 삶으로 인해

조현병이 발병하는데요.

병으로 음식을 거부하는 엄마에게

식구들은 분유라도 먹어보길 권합니다.

하지만 분유를 보곤 엄마가 말하죠.

진절머리가 난다고.

전쟁같은 맛이라고.

 

엄마 군자의 삶

안녕하세요. 

곰사장입니다.

북극서점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아무말이나 해볼 책은

그레이스 조의 전쟁 같은 맛입니다.

 

티비에서 나오는 책의 광고를 봤어요.

조현병에 걸린 미국 이민 1세대 어머니를 그리는

다이소포라 문학이라는 말이 

제 눈길을 확 사로잡았습니다.

작년에 무척 인상적으로 읽었던 

H마트에서 울다가 떠올랐거든요.

원래 티비를 잘 보는 편도 아니고,

책 소개 프로그램을 보는 것도 쉽지 않은데,

읽을 인연이 되는 책은 

어떻게든 알아서 읽게 되나 봅니다.

 

혹시 기지촌의 양공주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한국전쟁이 끝난 이후 

주한미군을 상대로 매춘을 하는 여성을 말합니다.

 

주인공인 저자의 어머니는 양공주였습니다.

한국전쟁으로 가족을 잃고

반드시 미국으로 넘어가겠다는 목표로,

미국인 아버지를 만나 미국으로 넘어갑니다.

저자는 그런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죠.

 

군자는 미국으로 넘어가

엄청난 생활력을 발휘합니다.

과일과 버섯을 따서 생활비를 마련하고

음식을 만들어 마을 커뮤니티를 유지하죠.

미국에선 인종차별을 견뎌내야했고,

한국에선 멸시를 견뎌내야했습니다.

하지만 끈질긴 생활력으로 

아이들을 모두 훌륭하게 키워내죠.

딸인 저자는 아이비리그의 대학으로 진학하고

교수가 되기도 하니까요.

 

군자가 만드는 음식은

그녀가 미국에서 자리잡는 데 

큰 힘이 되어줍니다.

미국인들에겐 군자가 

멋진 요리를 할 줄 아는 

능력있는 여성이란 걸 알려준 매개체였고,

이주 1세대 한국인들에겐

고향의 향수를 느끼게 해주는

소중한 맛이었던 것이죠.

또한 음식을 만드는 건

군자에게 자존감을 채워주는 일이었고,

삶의 고단함에 저항하는 투쟁이었던 것이죠.

 

하지만 군자에게 조현병이 발병합니다.

마을의 모두가, 심지어 정부도

자신을 감시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됐죠.

당시만 해도 조현병은 

원인없이 걸리는 정신병이란 진단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어머니의 조현병이

삶의 치열함과 차별의 고단함이 

원인이었을 거란 생각을 하죠.

조현병으로 삶을 조금씩 잠식당하던 군자는

먹는 것도 극단적으로 꺼리며

조금씩 죽어갑니다.

 

그렇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작가는 어머니를 추모하기 위해 이 책을 쓰죠.

이 책은 작가가 어머니에게 바치는

커다란 사랑의 증명입니다.

 

음식의 의미

굉장히 다양한 맛이 나는 책입니다.

부모님과의 갈등과 화해도,

작가가 보여준 한 사람의 자수성가로도,

한국 근현대사의 아픔을 

정면으로 받은 한 사람의 삶도,

사회적 폭력으로 인해 발병한 조현병도,

디아스포라 문학으로도

모두 느낄 수 있죠.

 

하지만 제가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건

바로 음식의 상호성입니다.

 

이 책은 음식을 정말 

여러가지 의미로 표현합니다.

어머니가 타향살이에서

자신의 의미를 입증하는 수단,

어머니가 자신과 같은 처지의 미국이민자들을 

환영하는 수단,

엄마가 아이에게 정체성과 사랑을 

부여하는 수단,

아픈 엄마에게 다시 삶을 잡게 해주는 수단,

마지막으로

아이가 엄마의 삶을 따라가는 수단으로요.

 

저희 어머니도 요리를 곧 잘 하십니다.

음식을 잘하시기도 하시고,

무슨 일이 있을 때 마다 크게 하시죠.

요리를 한다는 건 책의 표현을 빌리자면,

가족들에게 맛있는 걸 만든다는 의미 말고도

아이나 가족에 대한 사랑의 표현 말고도

그걸 넘어서는 무언가가 있는 건데요.

'엄마'를 직업으로 생각하고

'음식'을 중요 업무로 보는 것이죠.

엄마라는 단어와 요리의 상호성을 엮어

어머니의 자긍심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어요.

그렇게 저희 어머니를 많이 떠올려볼 수 있어서

이 책이 정말 좋았습니다.

 

전쟁 같은 맛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입니다.

작품 자체의 서사와 한국어의 번역이

아쉬움이 조금 남기도 합니다.

하지만 현대사의 아픔이 개인의 서사로 잘 들어나고,

익숙한 단어들로 이끄는 깊은 사유가 있어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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