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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가는 문 - 미야자키 하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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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uHfCu6tW4mc

 

마음에 드는 책 한 권

책의 146-147쪽에 걸쳐 나오는 구절입니다.

제가 평소에 가지고 있는 독서론과 너무나 같아서

웃음이 나왔어요.

"책에 무슨 좋은 효과 같은 것은 없습니다.
있다고 해도 그런 것은 돌이켜보니 그랬다는 정도입니다.
그때 그 책이 자신에게 이런저런 의미가 있었다는 것은 몇십 년이 지나서야 알게 됩니다.
그러므로 이게 좋은 영향을 미칠 테니까 아이에게 읽으라고 건넨단는 발상은 그만두는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독서란 어떤 효과를 바라고 하는 건 아니에요.
그보다는 '나한테는 역시 이거야'하는 무척 소중한 책 한 권을 만나는 쪽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왠지 마음에 든 책을 발견해서 그 세계 속에 정말로 빠져들 정도까지 읽어 보면
모국어밖에 몰라도 "이 번역은 이상해"라고 지적할 때도 생깁니다.
책은 참 재미있는 물건이에요.
내가 쓰고 있는 이 책이 독자 여러분이 자신만의 한 권과 만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기쁘겠는데요."

 

안녕하세요.

곰사장입니다.

북극서점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오늘 아무말이나 해볼책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책으로 가는 문입니다.

 

아무 정보 없이 책 제목만 보고 샀어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인생 책 목록일 줄 알았죠.

하지만 아니었습니다!

이 책은 이와나미 출판사에서 출판한

소년문고의 창간 60주년을 기념하며

감독님께서 고르신 책 리스트 50권을 말합니다.

그 중에선 감독님께서 읽지 않은 책들도 있고,

우리 나라에선 보기 힘든 책도 있었어요.

선정된 책들은 정말 다양합니다.

어린왕자, 비밀의 화원, 파브르곤충기 같이 익숙한 책들도 있고

일본영이기나 주문이 많은 요리점과 같이 

일본 작가의 책들도 있죠.

우리 나라에 번역본이 있는 책들도,

더러는 번역이 되지 않은 책들도 있어요.

그래도 기본은 어린이 문고이기 때문에,

제가 어릴 적 읽었던 책들 생각도 많이 나서 좋았어요.

 

다만 기대했던 것과는 너무나 달라 

책을 제대로 안 알아보고 샀단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또 읽다보니 마음에 드는 부분들이 있더라구요

 

이 책은 총 2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는 하야오 감독의 소년문고 50선이 실려있어요,

아마 저처럼 하야오 감독의 

인생책 소개를 생각하셨던 분들이라면

조금은 실망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2부는 하야오 감독의 책에 대한 생각이 실려있어요.

아마 책 편집자와의 인터뷰인 것 같지만,

하야오 감독의 말만 읽기 쉽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하야오 감독이 어릴 적 읽었던 책에 대한 이야기,

삽화를 중점적으로 이야기하는 것도 웃음포인트고,

애니메이션을 그릴 때 어떤 마음인지가 실려 있기 때문에

지브리 스튜디오의 작품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감독의 기저를 이해하실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하야오 감독의 독서 철학

그 중에 제가 가장 좋았던 부분은 바로

소년문고를 통해 이야기 하는 

하야오 감독의 철학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하야오의 작품에서 허무주의를 읽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이 세계는 정말 살만한 세상인가란 질문을 끝없이 던지면서

사회와는 거리를 두고 개인으로 가라앉는 상황이 많죠.

붉은돼지의 포르코도,

나우시카의 폐허가 된 배경도,

센과 치히로에서 나오는 온천장이란 공간도.

이 세상이 살만한 곳인가, 

우리는 왜 사는가에 대한 질문을 끝없이 하죠.

그리고 우리가 지브리의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는

허무주의를 이야기하면서도 이야기의 끝에선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이 있다고 말하기 때문일테지요.

 

이 일련의 주제의식이

하야오 감독의 아버지 이야기에서 시작합니다.

관동대지진, 니힐리즘의 이야기를 지나,

"이 세상은 살 가치가 있다"는 말을 하는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왔다는 문장을 읽었을 땐,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이유를

알려주는 문장을 만나 무척 감동적이었습니다.

 

우리의 사회는 점점 삭막해지고 있는 듯 합니다.

이 사회는 살만한 사회인가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살만하다고 말할 이유는 

점점 추상적이고 너무나 귀해지고 있고,

살기 힘들다고 말할 이유는 

점점 구체적이고 너무나 흔해지고 있습니다.

선뜻 세상은 살만한 곳이다란 말을 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그런 모습을 가감없이 이야기하는 

아동문고도 많아지고 있다고 하구요.

하지만 그럼에도 아이들을 눈앞에 두고서는

아직 희망이 있다고 말해주고 싶은 것이죠.

그럼에도 아이들을 눈앞에 두고서는

너가 태어나주어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구요.

그리고 이런 말들은 거꾸로 어른들에게도

아직 세상은 살만한 곳이며,

당신에게도 아직 커다란 행복이 기다리고 있으며,

당신도 행복을 나눠주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말로 건네지는 것 일테죠.

책에선 정말 짧은 부분을 구성하고 있지만,

이 부분을 읽을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하고 다행이었습니다.

 

마치며

책으로 가는 문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무척 오래 기억에 남을 책일 것 같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감독이

존경할만한 철학을 가지고 있단 걸 알 수 있어서

무척 행복한 책이었습니다.

아주 오랜만에 다시 나우시카를 돌려보고 싶네요.

아직 보지 못한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도 보고 싶구요.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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