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은 헌 책방 리뷰 - 추억 속의 그 책방
- 책 이야기/2021년 독서일기
- 2021. 8. 19. 20:43
나의 작은 헌책방, 다나카 미호 지음, 김영배 옮김, 허클베리북스, 2021
그냥 책 제목이 좋았습니다.
일을 그만두고 헌 책방을 시작했다는 책 소개도 좋았습니다.
재미있었어요.
하지만 왜 재미있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하기도 애매합니다.
중고책 서점을 어떻게 끌고 나갔는지에 대한 사업적인 내용이나,
일본 시골 마을에 대한 동경이나 향수,
아니면 중고책 서점 주인의 짧은 에세이,
그 어딘가 가운데에 위치해서 책은 상당히 애매한 감상을 남깁니다.
오기가미 나오코의 영화랑 참 비슷한 재질이에요.
그래서 제게 남은 건 그저 책 서두에 나온 고양이 사진과
조금 저렴한 종이덕분에 나는 오래된 도서관의 책냄새 뿐입니다.
그리고 제가 다녔던 고등학교 앞 서점에 대한 기억까지요.
제 추억 속의 서점이 몇 군데가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앞서 말했던 고등학교 앞 서점이에요.
정말 작은 서점이었습니다.
건물이라기보단 콘크리트 구조물에 가까웠어요.
연한 노란색 콘크리트 가벽에 슬레이트 지붕을 얹힌 정말 말도 안되는 건물이었습니다.
서점에 들어가는 문도 철제 프레임에 커다란 유리창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내 재산을 이런 문에 맡긴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입니다.
그런 허술한 문 위로 파란색 간판이 겨우 붙어있었어요.
간판이 아니라면 절대 서점인 줄 모를 위치와 건물에 서점이 있었습니다.
몇 평 안되는 공간의 벽엔 싸구려 목재 책장이 놓여있고
그 좁은 공간 사이엔 펜이 꽂혀있는 판매대가 있었어요.
그렇게 작아도 상관없었던 건 문제집과 참고서만 팔면 됐기 때문이었을 거예요.
학교에서 쓰기로 한 참고서만 들여오면 됐으니까요.
다른 책들은 일절 없었거든요.
하지만 주인 아저씨께 부탁드리면 해리 포터나 펭귄클래식의 원서부터,
우리 학교에서 쓰거나 심지어 다른 학교에서 쓰는 교과서,
그 당시 유행하던 만화책이나 무협, 판타지 소설도 곧잘 갖다놔 주셨죠.
책 주인 아저씨 아들이 우리 학교 선배였다더라,
서점이 저렇게 허름해보여도 주인 아저씨 차가 벤츠라더라,
아저씨 딸이 지금 우리 학교 옆 여고를 다닌다더라 등등 엄청나게 소문이 무성했어요.
그래봤자 다들 시커먼 머스매들이라서 서점 아저씨와 잡담은 커녕 얼른 필요한 책만 집어들고 나왔으면서요.
돌이켜보면 단골 손님 위주의 작은 서점에 로망을 가진 게 그 때 쯤이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학교 앞에서 학생들이랑 자주 만나면서 서점을 하면 재밌겠다는 환상을 가졌죠.
너무 오래된 기억이라서 잊고 있었는데, 이 책 덕분에 어렴풋이 떠올랐어요.
그것 만으로도 책값이 아깝진 않았습니다.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책 이야기 > 2021년 독서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획자의 독서 리뷰 - 친구 작가의 첫 책 (0) | 2021.12.07 |
---|---|
일곱 번째 달 일곱 번째 밤 리뷰 - 차린 건 많지만 조금 아쉬운 한 상. 하지만 메인 요리들은 참 좋았어요. (0) | 2021.10.16 |
우리, 이토록 작은 존재들을 위하여 리뷰 - 아이들을 위한 편지 (0) | 2021.07.26 |
수학이 만만해지는 책 리뷰 - 수학, 몰라도 살수는 있습니다. (0) | 2021.07.01 |
이와타씨에게 묻다 리뷰 -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인가요? (0) | 2021.06.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