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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은 헌 책방 리뷰 - 추억 속의 그 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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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은 헌책방, 다나카 미호 지음, 김영배 옮김, 허클베리북스, 2021

사진 : amandazi-photography on Unsplash

그냥 책 제목이 좋았습니다.

일을 그만두고 헌 책방을 시작했다는 책 소개도 좋았습니다.

 

재미있었어요.

하지만 왜 재미있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하기도 애매합니다.

 

중고책 서점을 어떻게 끌고 나갔는지에 대한 사업적인 내용이나,

일본 시골 마을에 대한 동경이나 향수,

아니면 중고책 서점 주인의 짧은 에세이,

그 어딘가 가운데에 위치해서 책은 상당히 애매한 감상을 남깁니다.

오기가미 나오코의 영화랑 참 비슷한 재질이에요.

 

그래서 제게 남은 건 그저 책 서두에 나온 고양이 사진과 

조금 저렴한 종이덕분에 나는 오래된 도서관의 책냄새 뿐입니다.

그리고 제가 다녔던 고등학교 앞 서점에 대한 기억까지요. 

 

 

제 추억 속의 서점이 몇 군데가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앞서 말했던 고등학교 앞 서점이에요.

 

정말 작은 서점이었습니다. 

건물이라기보단 콘크리트 구조물에 가까웠어요.

연한 노란색 콘크리트 가벽에 슬레이트 지붕을 얹힌 정말 말도 안되는 건물이었습니다. 

 

서점에 들어가는 문도 철제 프레임에 커다란 유리창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내 재산을 이런 문에 맡긴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입니다.

그런 허술한 문 위로 파란색 간판이 겨우 붙어있었어요. 

간판이 아니라면 절대 서점인 줄 모를 위치와 건물에 서점이 있었습니다.

 

몇 평 안되는 공간의 벽엔 싸구려 목재 책장이 놓여있고 

그 좁은 공간 사이엔 펜이 꽂혀있는 판매대가 있었어요. 

그렇게 작아도 상관없었던 건 문제집과 참고서만 팔면 됐기 때문이었을 거예요. 

학교에서 쓰기로 한 참고서만 들여오면 됐으니까요.

다른 책들은 일절 없었거든요.

 

하지만 주인 아저씨께 부탁드리면 해리 포터나 펭귄클래식의 원서부터,

우리 학교에서 쓰거나 심지어 다른 학교에서 쓰는 교과서,

그 당시 유행하던 만화책이나 무협, 판타지 소설도 곧잘 갖다놔 주셨죠.

 

책 주인 아저씨 아들이 우리 학교 선배였다더라,

서점이 저렇게 허름해보여도 주인 아저씨 차가 벤츠라더라,

아저씨 딸이 지금 우리 학교 옆 여고를 다닌다더라 등등 엄청나게 소문이 무성했어요. 

그래봤자 다들 시커먼 머스매들이라서 서점 아저씨와 잡담은 커녕 얼른 필요한 책만 집어들고 나왔으면서요.

 

돌이켜보면 단골 손님 위주의 작은 서점에 로망을 가진 게 그 때 쯤이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학교 앞에서 학생들이랑 자주 만나면서 서점을 하면 재밌겠다는 환상을 가졌죠.

너무 오래된 기억이라서 잊고 있었는데, 이 책 덕분에 어렴풋이 떠올랐어요. 

그것 만으로도 책값이 아깝진 않았습니다.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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