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 너의 소리
- 나의 이야기/일기
- 2020. 5. 3. 15:50
아직 태어난지 20일 조금 남짓하지만,
넌 정말 다양한 소리를 내는구나.
숨소리도 밥 먹을 때, 잘 때, 놀 때 조금씩 다 다르단다.
잘 때도 엄청 넌 바빠.
뭐가 그렇게 바쁜지 용쓰고 힘주는 소리만 해도 몇개인지 다 세아릴 수가 없구나.
방귀도 껴야하고, 힘도 줘야하고, 잠꼬대도 해야하고.
자면서도 넌 엄청 다양한 소리를 내면서 잔단다.
먹는 소리는 제법 커졌어.
처음엔 볼이 움직이는 걸로 네가 먹는 걸 확인했는데,
이제 제법 멀리에서도 쭈압쭈압하는 소리가 들려.
방귀소리는 또 어찌나 큰지.
결혼한지 3년이 넘었어도 엄마, 아빠는 아직 방귀를 트지 않았어.
그래서 우리 집에서 방귀소리가 제일 큰 건 너란다.
얼마전엔 '푸다다다'하고 연속 방귀를 꼈는데, 엄마와 아빠가 그걸 듣고 얼마나 웃었는지 몰라.
트림 소리도 제법 커져서 방귀 소리만큼 크고.
네가 내는 소리 중에 제일 큰건 우는 소리란다.
자고 싶을 때엔 크게 잘 안우는 거 같아. 아직은 잠투정을 한다고 잘 울진 않는구나.
다만 넌 배고플 때 세상 떠내려가나 운단다.
아주 처음엔 그냥 울기만 했는데, 요즘엔 제법 힘이 생겼다고 숨이 넘어가라 운단다.
으앙 하고 한 번 쉬고 우는 게 그냥 우는 거라면,
으아앙하고 두 번 쉰 다음에 더 크게 울어버려.
두 번 쉴 때는 얼굴도 파래져서 처음엔 엄마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몰라.
참 미안하지만 배고플 때 우는 넌 참 귀엽단다.
아래 입술이 파르르르 떨려.
입술은 정확하게 마름모가 되어서, 아직 이 하나 없이 얇은 아래 잇몸이랑 혀, 아래 입술이 파르르르 떨린단다.
그렇게 네 번쯤 떨리는 아랫 입술을 보면서 우리는 네가 배가 고프다는 걸 눈치챈단다.
얼마나 배가 고플까 말도 못하고 세차게 우는 네겐 너무 미안하다가도,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웃음짓게 되는구나.
웃는 소리도 하나 생겼단다.
살짝 웃을 때도 있었고, 어쩌다 '꺄악'소리를 내며 웃기도 했었단다.
그런데 어제는 팔다리를 주물러주니까 '꺽 꺽 꺽'거리며 정말 뭘 알고 웃는 거 같이 웃더구나.
그 웃는 소리 하나가 모든 피곤을 잊게 해주었어.
'나의 이야기 >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기 - 분유량 1,000ml (0) | 2020.05.23 |
---|---|
일기 - 너의 외할머니, 할머니 (0) | 2020.05.16 |
일기 - 이름을 지었습니다. (0) | 2020.04.29 |
일기 - 똘이, 19일째 (0) | 2020.04.26 |
일기 - 똘이의 출생신고. 출생신고 시 꼭 알아야할 것과 알면 좋은 것, 몰라도 되는 것. (0) | 2020.04.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