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 너의 외할머니, 할머니
- 나의 이야기/일기
- 2020. 5. 16. 22:16
너희 외할머니는 아빠와 통화할 때 마다 말씀하셨어.
“아기 손타면 힘들어지니까 많이 안아주지 마라”
그런데 이번에 올라오셔서 나흘간 계시면서 네 할머니는 항상 너를 안고 계셨단다.
외할머니는 아마 대구가셔서 이모할머니랑 이모에게 이야기하겠지.
“애가 벌써 조금 손 탔더라. 안아주면 안울고, 내려놓으면 안아달라고 엄청 운다"
하지만 엄마와 아빠는 여태까지 네 외할머니처럼 너를 오래, 자주 안아준 적이 없었단다.
아마 이건 그냥 아빠의 생각인데 외할머니가 너를 안고 싶은 핑계가 필요하셨던 거라고 생각해.
부산 할머니는 할아버지랑 같이 올라오고 싶어하셨어.
할아버지도 너를 무척이나 보고 싶어 하시거든.
하지만 할아버지가 시간이 나지 않아 할머니만 올라오셨단다.
할아버지랑 같이 올라오길 기다리다간 올해 안에 못올 거 같다고 할머니는 부리나케 오셨어.
이번엔 올라오셔서 닷새 계셨는데,
말 그대로 숟가락 들고 계신 시간을 빼놓곤 너를 안고 계셨어.
물론 숟가락 드는 시간이 너무 아까워서 식사도 드시는 둥 마는 둥 하셨고.
할머니들은 어쩜 그렇게 너를 못안아줘서 난리였는지.
5주차는 성장 급등기라고 하더구나.
그래서 이유도 없이 많이 운다고.
정확히 5주차가 되던 날.
너는 정말 손을 쓸 수도 없이 엄청나게 울었단다.
새벽 2시부터 시작해서 아침이 될 때까지 정말 계속 울었어.
이렇게 많이 울고 난 다음날 할머니가 오신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이상하게 또 할머니가 오고나니 많이 울지 않더구나.
할머니는 아마 부산 가서 이모할머니들한테 이야기했을거야.
“배만 부르면 그렇게 순한 애기가 없더라” 라고.
할머니 두 분이 너를 얼마나 좋아하시는지,
네가 집으로 온 2주간 처음으로 엄마 아빠는 3시간 넘게 자볼 수 있었단다.
잠도 당신들께서 재우겠다, 밥도 당신들께서 먹이시겠다.
어쩜 그렇게 손주를 손에서 떼실 생각이 없으셨던지.
너희 외할머니가 엄마를 이렇게 키우셨을까.
너희 할머니가 아빠를 그렇게 키우셨을까.
새삼스레 엄마와 아빠가 우리의 엄마와 아빠에게 받았을 사랑을 너를 보며 떠올리는 한 주였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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