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2019) 리뷰 - 감을 찾고 있는 디즈니의 실사화 시도

기대를 크게 하지는 않고 있었어요.

지금까지 나왔던 디즈니의 클래식 애니메이션의 실사화 작품들이 크게 마음에 들지 않았거든요.

정글북과 덤보는 재미있기도 했지만 별로인 부분이 조금 있었고,

미녀와 야수는 많이 아쉬웠거든요.

알라딘의 실사화를 걱정했다기보단 디즈니의 실사화 작업에 크게 기대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원작을 너무 좋아해요.

모든 소원을 다 들어준다는 지니, 하늘을 나는 마법 양탄자,

밉지만 너무 귀여운 아부, 너무 매력적이고 강한 모습의 자스민 공주.

세상을 아우르는 마법 설정들과 캐릭터들이 정말 매력적인데다,

Friend like me 나 A Whole New World 같은 환상적인 노래들이 있었으니까요.

 

걱정반 설렘반으로 영화를 보러 갔습니다.

그리고 영화는 무척 재미있게 보고 나왔어요.

 

우선 노래를 먼저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윌 스미스가 부르는 Arabian Nights, Friend like me는 랩 베이스 편곡이 되어 있습니다.

윌 스미스가 편하게 부를 수 있기 위해서일지, 새로운 감성을 불어넣기 위해서인지 모르겠지만 조금 낯설었어요.

곡의 완성도 자체는 높았기 때문에 음악에 대한 향수가 얼마나 있느냐가 호불호를 가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One Jump Ahead나 Prince Ali는 영상에서 실사화의 강점을 잘 보여줍니다. 

아름다운 풍경과 사람들의 에너지가 뿜어져나오는 데 이는 애니메이션에선 전달하기 어려울 것 같긴 해요.

형형 색색의 아그라바는 무척 아름답게 나오고,

빽빽한 건물과 북적이는 사람들은 무척 활기차게 나옵니다.

 

A Whole New World는 크게 편곡 없이 원곡과 비슷합니다.

주연 배우인 메나 마수드와 나오미 스콧의 가창력도 훌륭하고 영상 역시 탁월해요.

영화의 클라이맥스로 빠짐이 없습니다.

 

Speechless라는 노래는 자스민 공주의 개인 테마로 원작엔 없던 노래가 영화에 추가된 곡입니다.

이번 실사화에선 자스민의 캐릭터가 현대적인 가치에 맞게 각색되었어요.

이 노래는 공주의 그런 의지력 강한 성격을 잘 보여줍니다.

멜로디와 가사도 마음에 들었고 나오미 스콧의 노래가 너무 좋아요.

일단 그녀가 단독으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모두 예쁘게 나와서 보고듣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캐릭터에도 많은 변주가 있었습니다.

주인공인 알라딘의 경우는 원본과 크게 차이가 없었던 반면,

자스민이 무척 각색이 많이 되었어요.

원작의 캐릭터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좋은 가치를 많이 불어 넣어 주었습니다.

왕자와 결혼해야한다는 공주의 숙명이 주어졌다는 설정은 바뀌지 않았지만, 

선한 의도와 세상이 강요하는 침묵에 대해 반기를 드는 의지를 잘 표현합니다.

자스민은 디즈니가 클래식을 다시 실사화하는 목적을 잘 설명해준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자파의 캐릭터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원작에선 그저 나쁘기만한 악당이었다면,

영화에선 사악한 혁명가로서 커다란 야심을 보여주며 조금 더 입체적으로 나옵니다.

마완 켄자리의 카리스마와 연기도 무척 빼어나 그가 나올 땐 무게감이 느껴져요.

다만 자파의 Prince Ali는 영화에선 나오지 않습니다. 

힘을 얻고 폭주하는 자파가 광기에 찬 모습을 잘 보여주는 노래였는데, 통째로 빠져서 너무 아쉬웠어요.

 

지니는 예고편에서 느꼈던 이질감과는 다르게 영화에선 무척 잘 녹아듭니다.

시종일관 밝고 유쾌한 에너지를 느낄 수 있어요.

사람 형태로 변해 알라딘과 호흡을 맞출 때엔 코믹 버디의 느낌도 잘 살아서 정말 즐거웠어요.

뮤지컬 파트 등에선 '이 정도까지 망가질거야?' 느낌이 날 정도로 과장된 연기를 보여주는데,

이게 또 무척 흥겹고 기분좋다는 점이 그가 얼마나 뛰어난 배우인 지를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만 그래도 아쉬운 점은 하나 있어요.

원작의 지니가 로빈 윌리엄스같이 생긴 요정이라는 느낌을 받는다면,

영화의 지니는 요정 역할을 하는 윌 스미스라는 느낌이 지워지지 않아요.

요정이라는 느낌이 무엇이든 할 수 있고 어떤 것으로도 변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유로움을 표현하는데,

영화의 지니에선 배우의 얼굴 덕분에 그 표현력은 잘 느낄 수 없었습니다.

물론 이건 윌 스미스의 문제라기보단 실사화의 단점일테죠.

 

영화는 꽤 괜찮았어요. 당신께서도 무척 즐겁게 보셨을텐데.

 

아쉬웠던 캐릭터와 장면이 더 있긴 하지만 걱정보단 장점이 훨씬 많았어요. 

무척 즐겁게 보고 나왔습니다.

어드벤처 오락물의 느낌을 강하게 살리고 있기 때문에 극장에서 보시면 훨씬 즐겁게 보실 것 같아요.

가이 리치 감독의 팬이 있으실까요? 전 그의 장점이 알라딘과 이렇게 잘맞을 줄은 생각하지도 못했네요.

 

언젠가 '알라딘'을 다시 보고 싶어지는 때가 오면 영화보단 원작을 찾아보게 될테지만,

그래도 한 동안 OST는 영화의 것으로 많이 듣고 있을 것 같네요.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