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인전 리뷰 - 마동석. 또? 다시? 드디어?

하늘 아래 새로운 영화는 없다 하지만, 닮은 영화들이 유난히 많게 느껴집니다.

거친 남성 3파전에서 이야기를 진행하는 방식은 놈놈놈을,

소재와 캐릭터에선 어쩔 수 없이 범죄 도시와 강철중이,

액션 구성과 화면 톤은 추격자 등등이 많이 떠오릅니다.

 

그래서인지 각본의 세세한 점에선 조금 게으르다는 느낌도 있어요.

캐릭터의 직업, 배우의 외모와 연기에 기댄 점이 많아서 중간 중간 설득력이 낮은 상황이 펼쳐질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적당히 잘 섞은 유머, 빠른 호흡으로 많이 가리고 있어요.

나쁘게 말하면 크게 참신하지 않고 뻔한 이야기가 진행되고,

좋게 말하면 이제 단점도 잘 가릴 수 있을 정도로 어느 수준 이상은 보장된 완성도에서 영화가 진행된다고 보입니다.

 

배우들의 연기는 모두 좋았어요. 하지만 캐릭터들이 제대로 살아있지 않기 때문에 인상적으로 남는 캐릭터가 없습니다.

거의 비슷한 소재를 가졌던 범죄 도시에선 많은 캐릭터들이 사람들에게 회자됐던 걸 생각하면,

이 영화에서 느끼는 단점이 어떤 것인지 정확하게 짚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김무열님, 김성규님이 역할에 맡는 외모와 체형을 만드시느라 했을 고생, 그리고 역할에 엄청 몰입해서 열연한 게 느껴지는 데 그래서 더 아쉬워요.

하지만 이 영화에서 마동석의 캐릭터는 무척 잘 살아있고, 마동석님 역시 훌륭한 연기를 보여줍니다.

결국엔 이 영화의 유일한 차별점은 마동석이에요.

그 외의 내용들이 아쉬운 건 어쩔 수 없지만, 그 차별점은 훌륭히 살려냈다고 생각하고 덕분에 영화는 재밌게 보고 왔습니다.

호불호가 갈리는 지점은 차별점을 좋게 보느냐, 단점을 크게 보느냐에서 결정될 것 같습니다.

 

 

배우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역할을 맡는 걸 보는 건 참 즐거운 일입니다.

하지만 배우가 딱 맞는 옷을 입고 나오는 영화를 본다는 것도 무척 즐거운 일이죠.

마동석 배우는 그의 전작에서 자신이 맡았던 이미지에서 크게 달라진 건 없지만,

폭주하는 악당 캐릭터를 맡음으로써 그의 이전 배역들에서 아쉬웠던 빈 칸이 채워진 느낌이었습니다.

여태껏 그의 큰 주먹이 정의, 가족, 사랑 등을 위해서 휘둘려졌다면

이번 영화에선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무자비하게 이용되거든요. 

 

떠오르는 한국 영화는 많은 데, 또 묘하게 겹치는 해외 영화는 잘 없는 것 같아요.

외국인들이 본다면 그런 점에선 또 참신한 한국형 갱스터 느와르 영화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칸 영화제의 스크리닝 부문 진출, 헐리우드 리메이크 등에서 좋은 반응을 얻는 이유도 그 맥락인 것 같기도 하구요.

 

이번 글도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마동석 배우의 팬이시라면, 위에서 이야기한 영화를 재밌게 보셨다면 이번 영화도 즐겁게 보실 수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