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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저스 엔드게임의 되새김질 - 아이언맨 1편 제작 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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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저스 엔드게임과 아이언맨1편의 다량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0. 들어가기에 앞서

엔드게임을 보고 감동이 가시지 않아 얼마전 아이언맨 1편을 다시 봤어요.

따라할 수 있는 대사가 있을 정도로 여러 번 봤었는데, 엔드게임을 보고났다고 감회가 또 새롭더라구요.

사실 아이언맨을 처음 볼 때만 해도 이렇게 커다란 시리즈가 이어질 줄은 생각도 못했거든요.

 

제 기억엔 히어로 영화의 전통의 강호는 DC와 워너브라더스였어요. 배트맨 덕분이죠.

크리스토퍼 놀란이란 걸출한 감독으로 세대 교체도 잘 한 덕분에 그 명맥을 계속 이어갑니다.

2005년 개봉한 배트맨 비긴즈도 놀라운 작품이었지만,

아이언맨과 같은 해 개봉한 다크나이트는 정말 슈퍼히어로 장르의 수준을 한 단계 올렸으니까요.

 

??? : 마블에서 슈퍼히어로 영화를 만든다구요? 아 넵. 힘내십쇼.

아이언맨 1편이 의외로 잘 나와서 마블이 겨우 도전자의 입지를 갖출 수 있었던 것 같지만,

그 이후에도 인크레더블 헐크, 아이언맨 2, 토르, 퍼스트 어벤져가 모두 평가와 흥행이 미적지근 해서

사실 마블의 갈 길은 아직도 멀다고 평가 받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그 때는 어벤저스 마저도 모두들 의심의 눈으로 바라봤어요.

특히 우리 나라에선 솔로 영화도 시원찮은 비인기 영웅들이 팀으로 나와봤자 성공하겠냐고 비관적이었죠.

 

지금에야 마블에서 쇠똥구리맨을 만든다고 해도 재미있게 만들거라는 믿음이 있지만 처음엔 그렇게 못미더웠어요.

아이언맨 1은 실수로 재미있게 나온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심지어 1편의 성공은 어디로 갔던 건지 아이언맨 2조차도 처참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영화가 끝나고 얘네가 어떻게 이런 실수를 할 수 있었던 건지 너무 궁금해서 여기 저기를 기웃거리며 막 찾아봤어요.

아이언맨 1편 자체가 만들어지는 과정도 한 편의 영화 같더군요.

너무 유명한 일화도 있었고, 나름 신기했던 일화도 있었는데요.

혹시 저와 같은 호기심이 있었던 분들이 있을까봐 함께 보려고 정리해보려 합니다.

imdb의 아이언맨1 트리비아를 중심으로, 더 궁금했던 내용은 기사를 찾으며 내용을 붙였습니다.

 

1. "This is Iron man"

아이언맨의 영화화는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아이언맨이 인기 캐릭터가 아니었다는 거였죠.

1963년 첫 등장 이래로 영상화된 단독 작품은 한 손에 꼽힐 정도로 인기가 없었습니다.

 

덕분에 영화화 권리도 많은 스튜디오를 돌아다녔어요.

기획에서 영화로 만들어지기까진 17년이나 걸렸습니다.

1990년도엔 유니버설 픽쳐스가 권리를 가지고 있다가, '96년도엔 20세기 폭스로, 2000년엔 뉴 라인 시네마를 거쳤지만 결국 어느 제작사에서도 영화로 만들지 않았죠.

결국 영화화 권리는 2004년에 마블로 돌아가게 되고, 마블은 자신들이 영화를 직접 만들기로 결정합니다.

2000년에 시작한 엑스맨 시리즈와 2002년에 시작한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성공을 곁에서 지켜본 것도 직접 영화를 만들기로 결정하게 된 큰 이유일 거예요.

 

킬빌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역시 아이언맨의 감독이 될 뻔 했습니다. 그의 버전도 무척 궁금하네요. 사진 : Senseofcinema.com

 

사실 이 때 마블은 영화를 만들 돈이 없는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자신의 모든 캐릭터들의 사용 권리를 담보로 대출을 냅니다.

그래봤자 고작 7년간 5억 2천달러의 계약이었지만요.

 

그리고 MCU의 첫 시작으로 아이언 맨과 헐크를 만들기로 결정합니다.

헐크는 마블 전통의 인기 캐릭터였기 때문에 영화화가 쉽게 결정되었죠.

아이언맨의 영화화 결정은 헐크와는 조금 다릅니다.

장난감 인기 투표에서 1위를 한 것과 영상으로 만들어진 횟수가 적다는 점이 영화화의 계기가 됩니다.

 

어쨌든 영화로 만들 슈퍼 히어로들도 결정이 됐겠다, 다음은 감독을 결정해야죠.

아이언맨의 감독은 존 파브로가 내정됩니다.

이건 제작자인 케빈 파이기의 혜안이었어요.

정말 혜안이라는 말밖엔 어울릴 단어가 없는 선택이었죠.

 

케빈 파이기는 굳이 블럭버스터형 감독을 찾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합니다.

소니의 스파이더맨을 성공적으로 이끈 샘 레이미 감독도, 폭스의 엑스맨 시리즈를 맡았던 브라이언 싱어 감독도 블럭버스터 감독은 아니었으니까요.

오히려 적은 규모에서도 대단한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감독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합니다.

그래서 감독으로 존 파브로, 루이 르테리에, 에드가 라이트가 고용되었고,

존 파브로가 아이언맨을, 루이 르테리에가 인크레더블 헐크의 감독을 맡게 되지요.

 

아이언맨 감독엔 존 파브로가 결정됩니다. 영화에선 해피 요원으로 직접 출연해 이번 엔드게임의 엔딩에도 나오더라구요.

 

존 파브로는 아이언맨을 조금 더 사실감있고 어두운 분위기의 성인 취향 영화로 만들기로 결정합니다.

로보캅, 제임스 본드 그리고 당시에 엄청난 평가를 받았던 배트맨 비긴즈 같은 느낌의 영화를 만들기로요.

이를 위해 메인 빌런은 만다린에서 아이언 몽거로 변경합니다.

만다린은 너무 판타지의 느낌이 강했기 때문에 2편의 빌런으로 배정했던 아이언 몽거를 1편으로 가져오게 됩니다.

또한 현대의 느낌을 내기 위해서 배경 또한 아프가니스탄으로 변경했어요. 

만화책에선 주로 월남전, 걸프전이 배경이었지만요.

감독은 구구절절 옳은 선택으로 영화를, 아니 MCU의 첫 단추를 꿰기 시작합니다.

 

 

2. "He is Risk"

영화로 만들 히어로도, 감독도, 영화의 방향도 결정됐으니 이제 캐스팅이 남습니다.

물론 캐스팅이라고 쉽지 않았죠.

토니 스타크는 성인이지만 유아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고, 천재, 여성편력, 부자 등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그려낼 배우를 찾는 건 어려운 문제였습니다.

 

로다주 : 각본, 연기, 제작현장을 이끌 리더쉽? 모두 다 됩니다. 원하신다면 이번엔 계약도 싸게 해드리죠.

그러던 중 존 파브로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이하 로다주)의 2005년 작품, 키스 키스 뱅뱅을 보고 그에게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데뷔부터 연기 천재로 불리며 최고의 배우로 주목받다가 마약 스캔들로 최악의 배우가 되어버리죠.

그리고 다시 재기를 노리는 그의 모습이 토니 스타크와 꼭 맞는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이 때의 로다주는 약물 복용으로 인한 구속에서 풀려나고,

겨우 약물 중독을 이겨낸 상태에서 고티카, 키스 키스 뱅뱅의 영화 등으로 재기를 노리고 있었어요.

하지만 그의 인기와 평가는 바닥에서 쉽게 올라오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마블 스튜디오 뿐만 아니라 모두가 그의 출연을 리스크로 삼았습니다.

비록 옛날 이야기라곤 해도 계약을 맺을 뻔 했던 배우들이 톰 크루즈, 니콜라스 케이지, 티모스 올리펀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휴 잭맨 등 쟁쟁한 배우들이었던 걸 생각해보면 마블에선 로다주를 스튜디오의 운명을 맡길 배우로 삼기엔 무척 못마땅했겠죠.

 

하지만 존 파브로는 로다주가 최적임을 계속 어필했고 결국 그가 캐스팅이 됩니다.

그 때의 계약금이 5십만 달러(약 5.5억원)였어요.

크게 대중적인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었던 크리스찬 베일이 배트맨 비긴즈에서 받았던 출연료가 1천만 달러였던 걸 생각해보면, 당시에 그가 얼마나 신뢰받지 못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이렇게 어렵게 캐스팅까지 마무리 되었지만 또 하나의 문제가 들어납니다.

바로 대본입니다.

큼직한 스토리보드와 액션 시퀀스는 나와있었지만 어떤 대사를 말해야하는지는 전혀 나와있지 않았어요.

해당 장면을 찍기 전에 로다주와 감독이 급하게 급하게 만들었고, 대부분은 애드립이었습니다.

오베이다 스텐을 연기한 제프 브리지스나 페퍼 포츠를 연기한 기네스 펠트로는 무척 고생했다고 이야기합니다.

 

제프 브리지스 : 하하. 2억 달러(2천억) 짜리 영화를 만들면서 대본도 없다니!! 똥이다! 발사!

 

기네스 펠트로는 이 때 육아 중이어서, 스튜디오와 집이 10분 거리라 영화 출연을 결심했다고 합니다. 

외우고 준비해야할 대사는 없고, 씬마다 바뀌는 로다주의 대사에 즉흥적으로 반응해야한다는 건 몰랐겠죠.

하지만 이런 과정들이 오히려 로다주에겐 아이언맨에 더 깊게 몰입하고 영화에 대한 책임감을 높이는 기회가 됐다고 봐요.

캐스팅이 끝나고 나서부터 이 영화는 이렇게 로다주의 영화가 되고 있었던 거예요.

 

 

3. "I am Iron man"

이렇게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다행히 영화는 흥행에 크게 성공합니다.

1억 4천만 달러로 제작하여 북미에선 3억 2천만, 전 세계적으론 5억 6천만 불의 흥행을 달성합니다.

우리 나라에서도 430만 관객이 들며 크게 인기를 얻었어요.

그리고 그 이후로도 꽤 오랜 시간 마블 시리즈의 영화들을 평가하는 기준이 될 만큼 평가와 완성도도 좋았죠.

 

아이언맨 1편은 또 독특한 질감이 있어서 지금 봐도 참 좋아요.

최근 영화에서 나노 기술로 넘어간 아이언맨 수트는 너무 마법같은 느낌이 강하지만,

이 때는 왠지 실제로 있을 법한 느낌의 기계로 구동되는 느낌이 물씬 나니까요. 

기계공학의 로망이 느껴지는 게 수트를 더 멋지게 만들어주는 기분입니다.

 

마지막 장면을 끝으로 글을 마치려합니다.

제일 마지막 장면인 "I am Iron man"이란 대사 역시 로다주의 애드립으로 완성된 대사라는 건 이미 크게 알려진 사실이지요.

지금은 좀 진부하게 느껴져도, 당시엔 슈퍼히어로들이 정체를 숨기는 것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에 정말 독특하고 세련된 마무리였어요.

심지어 사실을 밝힐지 말지 망설이는 장면은 왜 연기력이 뒷받침되는 배우가 필요했는지를 정말 잘 보여주는 장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대사를 제작자인 케빈 파이기도 무척 좋아해서, 이후로 마블 시리즈에선 영웅들이 정체를 숨기기 위해 고민하는 내용들은 거의 채택하지 않도록 방향을 잡았다고 합니다. 

 

지금봐도 그 대사가 나올 땐 왠지 설레는 느낌이 있어요.

그리고 엔드게임을 보고 나니 더 각별해지는 엔딩이기도 하구요.

애드립이었다곤 하지만 영화 전체에 흠뻑 빠져 자신을 정말 토니 스타크와 동일하게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던 대사와 장면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I am Iron man"은 첫 영화이자 마지막 영화의 끝으로 손색없는 대사였어요. 11년 동안 정말 즐거웠어요. 토니. 

 

"The truth is... I am Iron man."

 

엔드게임의 감동이 아직 남아있다면 아이언맨 1편의 재감상은 어떠세요?

모쪼록 다시 영화를 보실 때 더 재미있게 보실 수 있도록 도움되는 글이었길 바라봅니다.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레퍼런스

https://www.imdb.com/title/tt0371746/trivia?ref_=tt_trv_trv 

https://www.quora.com/Why-had-Marvel-sold-the-rights-to-the-X-Men-to-Fox

https://www.quora.com/How-did-Robert-Downey-Jr-get-the-role-of-Iron-Man

https://io9.gizmodo.com/jeff-bridges-admits-iron-man-movie-had-no-script-5417310

https://www.vanityfair.com/hollywood/2017/11/marvel-looks-back-at-iron-man-the-movie-that-started-it-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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