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내 어머니 이야기 리뷰 - 내 어머니, 당신의 어머니의 이야기
- 책 이야기/2019년 독서일기
- 2019. 5. 20. 20:15
김영하님의 책은 아직 하나도 읽은 적이 없네요.
하지만 방송에서 본 그 분의 모습과 이야기에 감탄한 적이 몇 번 있었어요.
그래서 사실 김영하님의 추천이라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읽어보고 싶은 호기심은 들었습니다.
게다가 이 책에 얽힌 우여곡절이 너무 재미있었어요.
절판이 되었다가 또 오랜 시간이 지나서, 유명 작가가 인기 방송에서 언급해주어서 재출간이 됐다니.
심지어 전자책으로까지 출간이 되었길래 그 내용이 궁금해서 사보았습니다.
책 내용은 무척 길지만 소개를 위해 짧게 이야기하는 데엔 크게 무리는 없어요.
1927년 북한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일제 강점기를 보내고, 6.25를 거쳐 남한으로 내려온 어머니의 이야기와 7~80년대 격동의 세월을 보낸 작가의 이야기가 합쳐 한국의 근현대사를 통째로 조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소개할 때엔 책 말머리에 있는 작가가 어머니를 소개한 문장을 쓰고 싶습니다.
이 책을 소개하는 데 이만한 말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엄마는 고향을 풍성하게 기억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놀란 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앞서 말한 어머니의 풍성한 기억이고,
다른 하나는 무척이나 격동적인 세월이었지만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보편성입니다.
작가의 어머니는 제가 생각하던 ‘풍성하다’는 단어를 보고 떠올리는 것보다 훨씬 더 풍성하게 당신께서 겪었던 일들을 기억하십니다.
어린 시절 마을의 구조 뿐만이 아니라, 해먹었던 음식의 조리법, 옆집 아지매의 남편이 바람폈던 이야기, 그녀가 겪었던 즐거운 일, 신기한 일, 전쟁에 대한 공포와 전쟁 후 힘들어진 일상, 남편과 자식간의 관계 등 그녀는 자신의 삶을 풍성하게 전달해줍니다.
이야기도 풍성한데 그걸 전달해주는 이북 사투리가 책을 읽는 재미를 더 해줍니다.
생소해서 특이한 맛도 있고, 조금 더 발음에 생기가 있어서 몇몇 문장은 꼭 소리내어 읽어보게 되었어요.
또 한가지 놀라운 점은 바로 보편성입니다. 그래서 감정에 쉽게 공감할 수 있었어요.
작가도 이야기 하듯이 이 책을 읽으면 어쩔 수 없이 아트 슈피겔만의 만화 쥐가 떠오릅니다.
하지만 쥐를 읽을 때완 크게 다른 점이 하나가 있어요. 바로 작가의 어머니가 느꼈던 감정을 쉽게 공감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사실 쥐에선 작가의 아버지를 이해할 순 있었어도 공감하긴 어려웠어요. 아버지에겐 작가와 함께 세대차이를 느꼈죠.
물론 북한, 일제 강점기, 한국전쟁 같은 시절을 이야기하실 때엔 그저 할머니의 옛날 이야기인 듯 싶습니다.
하지만 식구들에게 서운하고 고마웠던 일, 어머니가 어머니의 어머니를 그리는 추억과 감정, 작가와 엄마가 나누는 일상과 감정은 마치 내 이야기, 내 어머니 이야기, 내 할머니 이야기인 것 같아서 읽다가 주책없이 눈물이 흐를 뻔도 했습니다.
특히 3권 초입, 김장하는 에피소드에선 느닷없이 외할머니가 생각나 책을 덮어두고 한 참 멍하게 앉아있었어요.
얼마전 양희은님이 TV 예능에 나온 걸 본적이 있습니다.
그녀의 노래 ‘엄마가 딸에게’를 이야기하면서 어머니 이야기를 짧게 하더군요.
그녀는 어머니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참 듣고 싶었다고 했어요..
그러다 그게 무슨 의미인가 싶어 사랑한다고 말을 했고, 그게 서먹하던 모녀 관계를 많이 개선해줬다고 이야기를 해줬습니다.
무척 공감이 많이 됐어요.
이 책에서도 마냥 엄마와 좋았던 순간만 그려내고 있진 않아요.
작가가 대학에 들어간 후 부터 생긴 어머니와의 갈등을 솔직하게 이야기해줍니다.
그게 너무 좋았어요.
이런 부분이 없어도 이미 좋은 책이지만, 작가가 솔직하게 들려준 이야기들 덕분에 인생의 책으로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만 어머니와의 관계가 쉽지 않은 게 아니라는 위안과, 시간이 지나면 좋아질 수 있을 거라는 용기를 얻을 수 있었어요.
콘텐츠가 오래 기억에 남으려면 보는 순간도 참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여러모로 참 필요한 순간에, 참 기억에 남을 만한 시점에 이 책을 읽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만약 어머니가 유난히 그립거나 사랑한다는 말을 전할 용기가 필요하다면, 이 책을 읽은 순간인 것 같습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오늘 하루도 무척 고생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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