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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키호테 1부 리뷰 - 그 때의 사람 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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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키호테 1부, Don Quixote, 미겔 데 세르반테스 지음, 박철 옮김, 시공사, 2004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는 돈 키호테를 원작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 중 제일 마지막 스코어인 '알론소 키하노의 죽음'은 정말 좋아하는 스코어예요.

제가 생각한 이 뮤지컬의 주제는 자신은 자신이 믿는 모습으로 정의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시골 촌부였던 알론소가 자신은 기사 돈 키호테라고 믿을 때 정말 기사가 되었다는 것,

거리의 여자 알돈자도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을 통해 둘시네아가 되었다는 것이 무척 감동적이었어요.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렇게 많은 주제와 해석이 있는 이야기가 있나 싶습니다.

 

돈 키호테를 처음 접한 건 초등학생 때였는데요.

기사도 소설에 흠뻑 빠진 그가 남루한 무장에, 시종 판초에, 야윈 로시난테를 데리고 모험을 떠난다는 이야기였죠.

비록 풍차를 거인으로 착각했지만, 용감하게 도전하는 능동적인 모험가의 모습으로 그를 처음 만났습니다.

 

시간이 지나며 점점 다양한 해석을 접할 수 있었어요.

그는 다 사라져가는 낡은 풍습에 빠져 사리분별을 못하는 사람이 되었다가,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이상주의자가 되기도 했습니다.

남들이 보기에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세상을 비뚫게보는 몽상가가 되었다가, 남들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는 천둥벌거숭이가 되기도 했습니다.

고등학생이 되고 대학 입시에서 논술이 중요해지면서 창의성을 바라는 다양한 답안들이 유행했었습니다.

돈 키호테는 흥부만큼이나 다양한 시각으로 해체되면서 그 시절 모범적인 창의성의 화제가 되었지요.

 

 

그 때까지만 해도 풍차를 향해 달려가는 그의 모습이 제일 대표적이었고 그게 이야기의 전부인 줄 알았어요.

그러다 이 책을 통해 돈 키호테의 전체를 처음 읽게 되었습니다.

놀랐던 점은 돈 키호테가 로시난테를 타고 라만차의 풍차를 향해 용감히 달려가는 이야기는 책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는 거였어요.

오히려 그 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책을 채우고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에게 선택받지 못해 자살한 불쌍한 목동.

그 목동의 자살은 안타까워도 자신의 정조와 사랑도 중요하다고 말하는 당당한 아가씨.

어려운 길을 걸었지만 결국 자신의 진정한 짝을 찾은 네 남녀의 이야기.

아내의 지조를 시험해보다 결국엔 파멸로 치달은 남편의 이야기.

종교의 벽을 뛰어넘어 자유와 사랑을 얻은 포로의 이야기 등으로 풍성하고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어요.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소란스럽고 생기넘치는 소설을 단순히 풍차에 달려가는 돈 키호테만 알고 있었다는 게 읽으면서 무척 놀랐던 부분입니다. 그리고 참 유쾌하고 재미있었어요. 

그리고 세르반테스가 이 소설을 지은게 1605년이라고 하는데, 지금에도 똑같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걸 보면 사람이란 게 얼마나 보편적이고 잘 변하지 않는건지도 새삼스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을 읽고나서 10년이 지나서야 2부가 있다는 걸 알았어요.

박철님의 번역으론 1부가 나오고 10년이 지나서야 2부가 나왔거든요. 

실제로 세르반테스의 돈 키호테도 1부가 끝난지 10년 후에 2부가 나왔다는 게 재미있는 점이긴합니다.

1부가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자 가짜 속편들이 나왔는데, 이에 마음 상해한 작가가 직접 2부를 집필했다고 합니다.

다만 1부만으로도 이미 완결성은 무척 높은 편이에요. 충분히 재밌게 읽으실 수 있을거예요.

가볍고 재밌게 읽을 고전을 찾고 계시다면 돈 키호테는 어떠실까요.

이번 글도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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