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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다시 리뷰 - 뜬금없이, 용기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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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본 것도 어느새 10년이 다되어 갑니다.

군대에서 에세이라는 잡지를 통해 알게 되었죠.

 

이 책을 보기 위해 휴가를 기다릴 때의 느낌,

책을 처음 폈을 때 편지로 구성되어 있어 깜짝 놀랐던 기억,

읽으면서 책의 인물들에게 전달받았던 따뜻함들이 기억날 때면 아직도 마음이 설렙니다.

 

가끔 생각날 때면 다시 이 책을 읽긴 했어요.

이번에는 두 가지일이 겹치면서 다시 읽어야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우선 넷플릭스에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올라 왔더라구요.

책과는 조금씩 다르게 각색되어 있었어요. 사건 보단 인물간의 관계가 조금 더 각색되어 있는데요, 그 점은 책이 더 좋았어요.

하지만 인물간의 매력과 원작의 따뜻함은 잘 살아 있었고, 건지 섬의 풍경을 직접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더라구요.

그리고 편지글로 되어 있기 때문에 조금 상상하기 어려웠던 이야기들이, 영화에선 직접 장면으로 그려주고 있어서 더 좋기도 했어요.

 

책과는 조금 다르게 각색되어 있어요. 영화도 참 좋았지만 인물간의 묘사 때문에 책이 조금 더 좋더라구요. 출처 : imdb.com

 

그리고 이 쯤에 친구가 읽을 책을 한 권 추천해달라고 했어요.

그 때 이 책이 떠오르더라구요.

'이번에 잠실에 놀러 갈 건데 맛있는 곳이 어디예요?'라는 식으로 지나가 듯 질문을 받으면 가볍게 추천하는 책들이 있어요.

그 중에 제일 성공률이 높은 것도 이 책이었거든요. 제목이 독특하지만 쉬워서 추천 받은 사람이 기억하기에도 쉬워하구요.

 

이렇게 이 책이 자꾸 눈에 밟혀서 다시 읽게 됐습니다.

그리고 이번엔 예전과는 조금 다른 감상을 받았어요.

 

처음부터 줄곧 이 책을 읽을 때에 받는 느낌은 따뜻함과 위안이었어요.

그리고 얽혀있는 개인적인 추억과 시간들이었죠.

하지만 이번에는 '좋은 사람'이라는 단어가 계속 머리 속에 맴돌더군요.

'엘리자베스' 때문이었습니다.

 

힘들어하는 친구들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조촐한 이벤트를 열어줄 수 있을까.

전쟁 중에 적국의 사람을 편견없이 보고 사랑할 수 있을까.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 일을 하기 위해서 이제 막 태어난 내 아이를 두고 올 수도 있을까.

엘리자베스에 저를 대입하면서 어떻게 행동했을지를 생각해보니 저는 그녀만큼 용기있게 행동하진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이를 먹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철이 든다고 이야기 하는 걸까요?

모두에게까지는 바라지 않아도, 내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사람이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물론 어떻게 하는 게 좋은 사람인 것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지만요.

하지만 한 가지 느끼고 있는 건 제가 한다는 착한 행동이라는 것도, 점점 경계가 점점 좁아지고 비겁해지고 있다는 거예요.

 

가깝게는 무거운 짐을 들고 가고 있는 친구나 누가 봐도 길을 헤메고 있는 외국인을 볼 때,

혹은 큰 자연재해를 겪은 이재민이나 너무 열악한 환경에 살고 있는 다른 나라 아이들을 볼 때에도 똑같이 느껴요.

저 사람은 지금 내 도움이 필요할까? 내가 저 사람을 돕는다고 문제가 해결되나? 지금 내 형편에 저 사람을 돕는게 맞나?

누군가를 도와주기도 전에 저런 질문들이 머리 속을 먼저 채우죠.

 

그래서 항상 용기 있었던 엘리자베스가 이번에 책을 읽을 때엔 내내 마음속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좋은 사람이 어떤 건지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용기를 가지는 게 더 중요한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시 읽어서 참 좋았어요.

여전히 따뜻함과 다정함을 느낄 수 있었지만 그 와중에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어서 더 좋았구요.

제 글을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오늘 하루도 즐거운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주렁주렁굴비

이전에 읽었던 감상을 정리한 글은 아래에 있습니다. 이 글을 쓴지도 이제 10년이 다되어 가는거네요.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리뷰 - 마음 따뜻한 친구 같은 책

이 글은 2010년에 남겼던 감상문입니다. 최근에 책을 다시 읽었어요. 다시 읽고 나니 꽤 결이 다른 감상이 생기더라구요. 그 글을 올리기 위해 옛날 글을 올려봅니다.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메리 앤 섀퍼, 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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