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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owers for Algernon 리뷰 - 언젠간 써보고 싶었던 이야기의 완성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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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owers for Algernon, Daniel Keyes 지음, Harcourt, 2004

 

정말 사랑하는 책이 몇 권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이 책이구요.

 

이 책을 처음 만난 건 대학 도서관에서였어요.

지금은 무척 커다란 건물로 바뀌었지만 그 전에는 정말 오래 되고 작은 도서관이었습니다.

아마 지하로 두 층, 위로 세층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지하 층들은 정말 좁고 빽빽한 서고였습니다. 통로는 사람 두명이 겨우 지나갈 정도였어요.

좁고, 오래된 책 냄새가 진하게 나고, 찾는 사람은 많이 없는 그런 공간이었습니다.

지상 2층은 신간 서고가, 3층은 매점과 열람실이었습니다.

 

방학이라고 딱히 집으로 가지 않았던 저는 도서관에서 이런 저런 책들을 읽으며 지냈어요.

별별 책들을 많이 읽었어요. 미술, 건축, 에세이, 소설, 고전 등 이 때 제일 책을 많이 읽었던 것 같아요.

그런 여름 방학에 이 책의 번역본을 처음 보았습니다.

 

책 제목이 너무 예뻤어요. '앨저넌에게 꽃을'. 표지도 참 예뻤어요. 장미 한 송이만 그려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말랑말랑한 연애 소설 쯤으로 생각했었어요.

감수성을 좀 채워보려고 제목과 표지만 보고서 도서관에서 빌려갔습니다.

 

기대했던 내용과는 엄청나게 차이가 있었지만, 처음부터 빨려 들어갔어요.

주인공 찰리는 지적 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배움은 조금 모자라지만 친절하고 사려깊으며 배움에 대한 욕심이 있는 사람이에요.

그런 그가 지능을 높이는 수술을 받으면서 생기는 짧은 에피소드를 담은 이야기입니다.

책은 찰리가 직접 쓴 수기를 엮은 형태입니다.

지적 능력이 변화함에 따라 문장의 완성도에서부터 어휘까지 무척 달라져요.

그리고 주인공이 솔직하게 들려주는 자기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잖아요.

그런 부분들이 책을 끝까지 흥미롭게 읽도록 해줍니다.

 

조금 다르다는 것만으로 장애처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글을 쓰고 싶은 적이 있었어요.

자기와 다르다는 생각이 들면 무척 배타적인 모습을 보이는 순간들에 대해 글을 써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면서 과연 내가 생각하는 정상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를 고민해보고 싶었구요.

변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면서 태도가 바뀌는 주위 사람들의 모습도 이해는 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나와 다르면 배척한다는 건 쉽게 바뀔 수 없는 태도라는 것과,

밀어내는 방법도 여러 가지라는 것도 너무 마음 아팠어요.

지능이 무척 높아지면서 갈등과 고민이 깊어지는 주인공의 모습도 무척 가슴아팠구요.

모르는 게 약이라는 건 전혀 공감하지 않는 문장이지만, 엄청나게 똑똑하다는 것도 결코 축복일 순 없다는 뻔한 생각도 그 땐 해봤어요.

 

사진 : Fred Tromp on Unsplash

 

내가 써보고 싶었던 이야기가 이미 완성형으로 나와있을 때의 느낌은 어떨까를 알 수 있는 책이었어요.

질투보단 사랑이 더 느껴지더군요.

이렇게 우연하게 도서관에서 만난 것도 참 운명적이라는 생각도 많이 했고,

너무 재미있어서 곁에 두고 여러번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여로 끝날게 아니라 책을 사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똑같은 책은 절판되고 더 이상 개정판도 나오지 않아 영어 원서를 샀습니다.

영어 원서는 무척 크기가 작은 페이퍼백이었습니다. 

거의 손바닥만 한테 커버도 종이도 모두 얇아서 가볍기도 무척 가벼웠구요.

덕분인지 몰라도 가격도 참 쌌는데, 돌아다니면서 읽기 참 괜찮았어요.

 

블로그를 시작하기 전에 꼭 이야기 하고 싶은 내용들이 몇가지 있었어요. 

그 중 하나가 이 책에 관한 추억과 감상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글을 쓰기 전에 다시 읽고 싶어서 집을 뒤져봤는데 책이 보이지 않더군요.

너무 자주 들고다녀서 잃어버린 것 같았어요.

 

한 권 더 사야겠다고 생각해서 서점을 찾아보니 한국어로 다시 번역이 되어서 출판 되었더군요.

그래서 기쁘게 한국어판을 다시 사서 읽었어요.

조만간 그 책 이야기를 할 텐데, 그 때에도 책 이야기보단 번역 이야기를 더 많이 하게 될 거 같네요.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이번 한 주도 좋은 일 가득한 한 주 되시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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