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 네 할아버지가 왔다 가셨어.
- 나의 이야기/일기
- 2020. 6. 17.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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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할아버지는 휴일에 맞춰 쉬시는 분이 아니란다.
노가다 일은 비가 많이 와야 쉴 수 있어.
예전엔 조금만 비가 와도 쉬셨던 거 같아.
하지만 요즘은 기술이 좋아져서 비가 정말 많이 와야 쉴 수 있어.
다행히 제주도와 부산쪽에만 살짝 장마전선이 걸쳤어.
토요일, 일요일에 쉴 거라며 냉큼 집으로 올라오셨단다.
할아버진, 아빠가 태어나고 100일만에 얼굴을 보셨데.
너는 68일만에 얼굴을 보셨으니 아빠보단 네가 사정이 더 좋구나.
아빠는 이번에 네 할아버지에게 처음 보는 모습을 많이 봤단다.
어색해 하면서 너를 안아올리는 모습,
너를 보면서 어르고 달래시는 모습,
네게 귀여운 모자를 씌우자 앞장 서서 사진을 찍으시는 모습.
심지어 그 사진엔 스티커도 붙이고, 네 이름도 써놓으셨단다.
저 양반에게 저렇게 가정적인 모습이 있었나,
식구를 보면서 저렇게 웃을 수 있었나
정말 처음보는 모습을 많이 봤단다.
아빠는 네 할아버지가 가족과 함께 보냈던 시간 속에서,
나는 가족들과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반면교사를 많이 삼았거든.
그런데 너한테는 한없이 녹아버리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할아버지에게도 어쩌면 기회가, 계기가 모자랐던 건 아닐까 싶더구나.
물론 저런 생각이 아빠와 할아버지가 보냈던 옛날 시간이 바뀌진 않겠지만,
적어도 지금부터는 참 많이 바뀔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했어.
네가 태어나줘서 아빠는 참 많은 새로움을 겪어.
그 중엔 아빠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새로운 모습도 있단다.
네가 이렇게 와준 덕분에 아빠의 세상도 참 많이 바뀌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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