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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페터 한트케의 수상 이유 곱씹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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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Visar Kryeziu on AP

 

온라인 서점에서 페터 한트케를 검색해보면 꽤 많은 책이 나옵니다.

시 없는 삶, 어두운 밤 나는 적막한 집을 나섰다, 소망 없는 불행,

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 관객모독, 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 돈 후안, 어느 작가의 오후, 반복, 왼손잡이 여인.

 

1942년 생으로 이제 거의 여든을 바라보는 작가의 작품들이 무척 많은 편입니다.

 

저 중에선 3권을 읽었습니다.

소망 없는 불행, 관객모독, 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

마음에 드는 제목으로 골랐어요.

 

페터 한트케의 한림원의 노벨문학상 선정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For an influential work that with linguistic ingenuity has explored the periphery and the specificity of human experience.

 

 

문학동네에선 이를 아래와 같이 번역합니다.

‘독창적인 언어로 인간 경험의 주변부와 그 특수성을 탐구한 영향력 있는 작품 세계를 보여주었다.’

한겨레에선 노벨문학상 기사에서 아래와 같이 번역합니다.

‘독창적인 언어로 인간 경험의 섬세하고 소외된 측면을 탐구한 영향력 있는 작품’이라고 번역했습니다.

 

영어로 된 문장이다보니 이렇게 수상 이유마저도 번역이 다르게 나옵니다.

그래서 일단 책을 읽었고, 그 책들을 바탕으로 나름의 번역을 해보려고 합니다.

 

 

1. linguistic ingenuity 

ingenuity 무척 영리하고, 새로운 생각이나 방법, 장비를 포함한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기발하다, 독창적이다, 영리하다고 번역을 많이 합니다.
독창적이다는 말론 조금 설명이 부족한 같습니다.
새롭게 문장을 만들고, 그로 인해 엄청 낯선 느낌을 많이 받았기 때문입니다.
독창적인 언어라는 말보단, 새로운 언어, 혹은 낯설고 기발한 언어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여러분은 무엇인가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그 누구입니다. 여러분은 그 무엇입니다. 여러분은 그 누구가 아니라, 그 무엇입니다.
여러분은 질서 있는 공동체입니다. 여러분은 연극 공동체입니다. 여러분은 옷 상태, 태도, 시선을 통해 이루어진 조직체입니다.
여러분의 옷 색깔은 좌석 색깔과 서로 맞아떨어지지는 않습니다. 여러분은 좌석과도 질서를 이룹니다.

 

위는 관객 모독에 나온 일부입니다.

단어는 모두 새로운 게 없는 단어입니다. 하지만 구성과 전달하고 싶은 의미가 상당히 낯섭니다. 

관객 모독을 읽었던 건 다행이었습니다. 

별것 아닌 단어들로 구성된 문장들이 나와 다른 사람을 가르고, 여전히 공동체로 묶어줍니다. 

작가가 어떤 문장을 쓰고, 어떤 개념을 원하는 지 쉽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2. periphery

장소, 위치, 사물이 가장자리에 위치함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인간 경험의 주변부라는 문학동네의 번역은 정말 사전적인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겨레의 번역인 소외된 측면이라는 말도 일리는 있습니다.
다만 저는, 조금 마음의 끝에 놓고 싶은 감정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책은 끝없이 외로움, 가난, 아픔, 우울함을 깊게 파고 들어갑니다.
기쁨, 감동, 소소한 즐거움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없어요.

그러니 periphery 제가 번역한다면
가장자리에 놓고 싶은 마음, 외면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번역하고 싶습니다.
periphery 다루고 있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위안과 감동을 얻을 있었습니다.

 

그 시간부터 비로소 나는 어머니를 제대로 인식했다. 
그 전까지는 어느 틈엔가 그녀를 잊고 있었고 가끔 그녀가 살아온 바보스러운 삶에 생각이 미치면 기껏해야 찌르륵한 통증 같은 걸 느꼈을 뿐이었다. 
이제 그녀는 내게 실체로, 피와 살이 있는 살아 있는 인물로 다가왔고 그녀의 상태를 정말 손에 잡을 듯 체험할 수 있어서 어느 순간에나 그 생생한 느낌과 함께 했다.
그 지역의 사람들까지도 갑자기 그녀를 다른 눈으로 보기 시작했다. 
그녀는 마치 그들에게 자신의 삶을 실연해 보이도록 점지받은 것 같았다. 
그들은 왜, 무엇 때문에 등의 질문도 했으나 그건 그저 외면적인 것이었다. 
그들은 그녀를 그렇게 이해했던 것이다.

 

이는 작가가 너무 작아져버린 어머니에 대한 시선이 바뀌는 순간을 묘사한 것입니다. 

나이들고 큰 병이 들어버린 어머니를 보고서야 타인 같았던 어머니가 내 어머니로 보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어머니, 아버지에게 거리감을 느낀다면 그만큼 세상에 외로운 일이 있을까요.

하지만 어느 계기로 부모님에게 연민을 느끼고 그들도 참 다를 것 없는 인간임을 느끼는 순간,

이제야 조금 더 동등한 사람으로서 감정을 솔직하게 주고받을 수 있겠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슬픔, 우울함, 외로움을 끊임없이 다른 사람의 이야기 인양 묘사합니다. 그래서 더 몰입할 수 있어요.

하지만 작가의 경험담임을 새삼스레 깨달을 때, 나와 비슷한 사람이 있다는 것에 작은 위안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외면하고 싶은 마음을 다룬다는 건 그런 힘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3. specificity

다른 곳에선 특수함, 섬세함이라고 번역을 했네요.
여기선 특별함이란 단어를 선택하고 싶습니다.
한트케는 주로 자신의 경험을 기반으로 작품을 씁니다.
자살한 어머니, 혼자 아이를 키우는 남성의 이야기, 떠나 버린 아내를 찾는 여정.
어머니, 육아, 이별이란 소재는 크게 별 건 없습니다.

하지만 작가의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들은 조금 극단적이고 특별합니다.

앞서 이야기 했듯 문장의 구조는 특수하기도 하고, 감정을 다룰 때엔 섬세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보편적인 대상의 특별한 경험을 이야기 해주기 때문에,

문장이 어렵고 서사 없이 헤메는 느낌이 있어도 계속 읽어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마치며

이제 수상 이유를 번역할 차례가 된것 같습니다.

낯설고 기발한 언어로 사람이 외면하고 싶은 마음과 인간 경험의 특별함을 탐구한 영향력 있는 작품들.

저는 위와 같이 설명하고 싶습니다.

독서 식견이 짧은 저는 누군가에게 추천하고 싶은 작가는 아닌 듯 합니다.

문장이 너무 어렵고 종종 잘 쓰지 않은 단어도 나옵니다.

작가 혼자의 감정을 묘사할 때는 도무지 어떤 감정인지 알 수 없는 문장들이 스쳐갑니다.

하지만 무척 낯선 문장이 주는 새로움과 사람 마음에 가득찬 우울함을 느껴보고 싶으면, 페터 한트케를 읽어도 좋을 때 인 것 같습니다.

그 속에서 조금은 따뜻함과 위로를 느낄 수도 있을 지 모르니까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편한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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