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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망 없는 불행 리뷰 - 2019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 페터 한트케의 작품들. 그 첫 번째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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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망 없는 불행, 페터 한트케 지음, 윤용호 옮김, 민음사, 2002

illustration - Reynold Mascarenhas on arre.co.in

 

2019년 노벨 문학상은 페터 한트케가 수상했습니다.

관객모독, 소망 없는 불행, 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 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 등의 작품이 있습니다.

작가도 처음 알았고 작품도 아는 게 하나도 없었어요.

그래서 제목이 가장 마음에 드는 소망 없는 불행을 처음으로 잡아 보았습니다.

책이 무척 얇아서 내심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책, 소망 없는 불행

책은 소망 없는 불행과 아이 이야기, 이렇게 2가지의 단편으로 묶여 있습니다.

소망 없는 불행은 저자의 어머니의 이야기이고, 아이 이야기는 저자의 딸 이야기 입니다.

아이 이야기까지 읽어가면 저자의 화법이 확실히 느껴집니다.

자신의 삶을 담담하게, 타인의 이야기처럼 풀어냅니다. 

 

문장은 건조하기 짝이 없는데, 이야기는 무척 격정적이에요.

작가가 이야기하는 어머니는 끝없이 외로운 삶을 감내한 사람이었습니다.

아이 이야기는 아이가 처음 세상에 나서, 아이가 생긴 삶에 적응하고 아이를 길러 내는 이야기를 전합니다.

작가 자신이 아니라 타인의 이야기를 하는 듯이 풀어내기 때문에, 나를 대입하기가 더 쉬웠어요.

덕분에 훨씬 감정적으로 책을 읽었습니다.

 

이야기, 소망 없는 불행

소망 없는 불행은 저자의 어머니에 대한 회고록입니다.

이게 20세기의 이야기가 맞나 싶을 정도로 험하게,

하지만 또 지금봐도 그렇게 낯설지 않는 차별을 받으며 여자로서의 삶을 산 어머니.

결국엔 소망 없는 불행을 감내하다 어머니는 자살을 선택하게 됩니다.

 

어머니의 삶과 감정을 마치 소설의 한 구절을 쓰듯 풀어갑니다.

어머니와 작가의 이야기를 마치 소설 속의 등장인물로 착각해 마치 내 이야기인 양 한 껏 감정이입하다가,

다시금 실존 인물인 걸 깨닫곤 마치 남의 일처럼 바라보며 동정하다가.

짧은 글이었지만 무척 마음의 동요가 많아 읽기가 좀처럼 쉽지 않았습니다.

 

페터 한트케의 문장

어느 날 발신인 주소도 없이 편지 한 통이 왔다.
그 편지에는 저 유일한 민족(*프랑스인)의 이름으로 가장 못된 박해자들(*독일인)의 후예인 아이를 죽이겠다는 협박의 말이 이제는 거의 사용되지도 않는 어구(語句)로 씌어 있었다.

 

위의 문장은 아이 이야기에 나오는 문장입니다.

저 문장을 읽으며 작가의 문체를 가장 깊이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직접적으로 사건과 감정을 적지만, 낯선 단어로 문장을 자아냅니다.

하지만 내 어머니 이야기, 내 아이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쉽게 이해하고 깊이 공감하지요.

 

'For an influential work that with linguistic ingenuity has explored the periphery and the specificity of human experience - 외면하기 쉽고 특별한 경험들을 독창적인 언어로 탐구한 영향력 있는 작품에 대해 노벨상을 수여한다'

노벨문학상 선정 이유를 문득 저 한 문장을 통해 크게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마치며

그 시간부터 비로소 나는 어머니를 제대로 인식했다. 그 전까지는 어느 틈엔가 그녀를 잊고 있었고 가끔 그녀가 살아온 바보스러운 삶에 생각이 미치면 기껏해야 찌르륵한 통증 같은 걸 느꼈을 뿐이었다. 이제 그녀는 내게 실체로, 피와 살이 살아 있는 인물로 다가왔고 그녀의 상태를 정말 손에 잡을 듯 체험할 수 있어서 어느 순간에나 그 생생한 느낌과 함께했다.

저도 언젠가의 일로 어머니가 객관화 되었던 순간이 있었습니다.

이 구절부터 책에 확 몰입해서 읽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제 어머니 이야기를 한 번 써보고 싶어졌어요.

어머니를 이야기를 한다면 딱 이 책같은 느낌이 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장이 술술 읽히는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어머니와의 관계에 큰 거리감이 있었다면,

혹은 어머니가 상처많은 이야기를 가지고 계시다면,

혹은 어머니의 이야기를 어떤 형태로든 남기고 싶었던 적이 있다면,

작은 공감과 위안을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해봅니다.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이번 한 주도 즐겁게 보내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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