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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일기 리뷰 - 그래도 우리는 하루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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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일기, 팡팡 지음, 조유리 옮김, 문학동네, 2020

 

사진 : Forest Simon on Unsplash

 

우한일기

친구의 추천으로 읽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하긴 좀 애매합니다.

코로나로 인해 중국은 우한 지역을 봉쇄했었고,

작가가 작성한 60일치의 일기를 묶은 책입니다. 

 

작가도 이야기 합니다. 이건 순수한 사적 기록이라구요.

하루를 버티고, 그 하루살이에 대한 소고를 쓴 글입니다.

에세이가 아니니 작가의 삶의 궤적이나 생각이 크게 들어나지 않습니다.

작가의 원래 글인 소설도 아니라서 크게 몰입되지도 않구요.

그냥 다른 일을 하며 틀어놓는 라디오나 티비의 느낌이 납니다.

심심할 때 하루나 이틀치를 읽는 식이었습니다. 

그래서 재미있게 읽을만한 책인가에 대해선, 다른 사람에게 쉽게 추천하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또 그냥저냥 넘어갈만한 책은 아닙니다.

우선 문장 자체가 재밌습니다.

중국의 고사가 많이 나와서 신선했습니다.

또 70세인 작가가 평생을 살아온 고향인 우한에 대한 각별한 고향 사랑도 좋았어요.

그리고 작가가 중국 작가라서 그럴까요. 조금 독특한 문장과 감수성도 느껴집니다.

 

하지만 굳이 또, 추천을 해보고 싶은 이유도 있습니다.

안네의 일기가 홀로코스트를 겪으며 작성했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듯이,

우한일기는 코로나 봉쇄 속에서 중국의 검열을 견뎌내며 살아남은 문장들이라는 것에 큰 의미가 있습니다.

실제로 블로그에 올렸던 몇몇 일기는 삭제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하루를 버텨내고, 이웃을 걱정하고, 민폐를 끼치는 사람들을 꾸짓고,

정부의 방역정책을 걱정하고, 비판하고, 칭찬하는 글일 뿐인데 참 많은 일들을 겪었더군요. 

 

 

우리의 모습은..

코로나는 사회의 많은 모습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습니다. 

전염병은 사회의 가장 취약한 계층을 제일 먼저, 그리고 강하게 괴롭혔습니다.

공동체 의식이 모자란 집단이 누구였는지 보여주었고,

누가 이기적이었는지도 보여주었죠.

그 와중에도 영웅적인 헌신을 보여주었던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무능에 가까운 일처리를 보여주었던 정치꾼들을 보여주었고,

기계적인 중립이 얼마나 몰가치한지도 잘 보여주었습니다. 

그 와중에도 ‘나랏님’이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은 분들도 있었죠.

 

사실 생각해보면 원래 다 그 자리에 있었던 것들이었습니다. 

다만 코로나로 인해 모두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일 뿐이었죠.

그리고 전 세계를 통틀어, 모든 나라가 똑같이 그 과정을 겪었습니다. 

 

우한일기의 글이 우리가 우리 나라에서 겪었던 일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끼는 것도 그런 이유인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기억을 따로 정리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의 기억을 빌어 이 시기를 반추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한 번은 읽어 볼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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