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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싶다는 농담 리뷰 - 상처에서 멀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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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veeterzy on Unsplash

 

에세이를 읽는 걸 좋아합니다.

작가의 삶을 잘 다듬은 문장으로 말해줄 때,

내 경험과 생각이랑 꼭맞는 문장을 읽는 기쁨이 좋습니다. 

 

살고 싶다는 농담의 주제는 뚜렷합니다.

책에서도 반복해서 나옵니다.

자신의 젊은 시절은 실패라고 생각하는 허지웅님이, 

지금의 청년들은 같은 실패나 아픔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보내는 응원입니다. 

덕분에 많은 문장이 위로가 되고, 많은 이야기에 공감을 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저는 '불행을 동기로 바꾼다는 것'이라는 챕터가 참 좋았습니다.

저의 이야기를 붙이는 것으로 독후감을 갈음하려 합니다.

 

 

제 아버지는 좋은 사람입니다.

아니, 좋은 사람이려고 노력하시는 분입니다.

하지만 술이 들어가면, 좋은 사람을 유지하려고 가슴에 쌓아두었던 말들과 기억이 쏟아져나옵니다.

압력밥솥의 증기처럼이요.

 

지난 시절의 어머니와 저는 그 증기를 견딜 수 있을 정도로 강하진 못했습니다.

어쩌면 아버지가 너무나 쎈 거였을 수도 있죠.

그 때의 화상은 아직도 드문드문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그 아픔은 가끔 어머니에게도 화살이 되어 날아갈 때도 있었죠.

 

제 아버진 건설 중공업을 하십니다. 

공사 현장을 전전하시기 때문에 집에 들어오시는 날이 무척 적었죠.

이런 물리적인 거리감과 심리적인 거리감이 합쳐져서

아버지라는 사람에게 가지고 있는 감정은 너무나 복합적입니다. 

 

한 때는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내 잘못인 거 같다가,

시간이 지나선 술을 이기지 못하는 아버지를 무척 미워했다가,

이제는 노년에 들어가버린 한 남자의 모습을 보면 안쓰러워졌습니다. 

 

그러다 하루는 마음이 한 번에 정리가 되는 날이 있었습니다.

정확한 동기는 떠오르지는 않습니다. 

그냥, 어느 명절에 또 술에 잔뜩 취한 아버지를 보면서, 당신께선 참 변하기 어렵겠구나란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마음을 고쳐먹는 게 빠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해는 포기했으나 동정하기로 했습니다.

동경은 실패했으나 존중하기로 했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자마자 아버지의 삶과 저의 삶이 크게 분리가 되었습니다.

 

아버지에게 받은 상처는 어쩔 수 없는 거였고,

그 상처가 내 삶에 영향을 주는 게 싫어졌습니다.

어쩌다 받는 상처는 상처대로 놔두고,

또 한번씩 받는 도움과 사랑은, 그것대로 감사하게 기억했습니다.

그렇게 조금 거리를 두고 나니 정말 홀가분해졌습니다.

지금은 부모님과의 거리도 많이 가까워졌습니다.

 

물론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약 30년. 철이 들고 나서부터 세어도 30년이 걸렸습니다. 

상처에서, 특히 가족에게 받는 상처에서 자기 객관화를 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겠지요.

하지만, 저같은 사람도 하긴 했으니 어떻게든 버티다 보면 되기는 되는 일인가봅니다.

 

하루를 버티는 데에도 힘든 일이 많이 있지요.

하지만 그 힘든 일에 당신의 자존감을 망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한 번 지나갈 상처에 무너지기엔 우리의 삶은 아직 길게 남았고, 우린 너무 소중하니까요.

상처는 상처고 인생은 인생이란 작가의 말을 꼭 남겨두고 싶었습니다.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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