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기획일기 GomdolKim 2019. 4. 6. 07:38
[게임 기획자 이야기] 셋. 기획자로서 했던 일들에서 이어집니다. 지난 글에선 최대한 감정을 쓰지 않으려고 했어요. 어떤 일을 했는지만 남겨서 기획자는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하신 분들께 도움이 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그 글에선 남기지 않았던 그때의 감정들과, 지금에야 생각할 수 있었던 내용을 남겨보려 합니다. 사실 예전의 일들을 떠올리니 감정도 같이 떠올라서, 초고를 보니 푸념이 엄청 많이 섞여 있었어요. 욕만 안했지 정말 별별 말을 다 써놓았더라구요. 그래서 이야기 넷을 쓰고 나서야 이번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일 하나. 당연히, 게임 기획 게임 기획자가 '나는 제품을 만든다.'라는 말을 하면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저는 아직도 저런 말을 들으면 조금 거부감이 들더라구요. 내가 만들고 싶은 건 모두..
나의 이야기/기획일기 GomdolKim 2019. 3. 31. 10:33
서비스하던 게임의 속편을 만들기로 결정했습니다. 완전히 새 게임을 만드는 것 보다 속편을 만드는 게 낫겠다는 전략적인 결정은 아니었어요. 원래는 조금만 더 개선한 버전을 만들고, 그 버전으로 글로벌 진출을 하자고 다들 생각했었죠. 그렇게 결정을 내렸던 게 아마 2014년 6월이었고 개선 버전을 내는 건 2014년 9월을 목표로 했었어요. 추석 전까지 빌드를 모두 완성하고 추석 이후엔 본격적으로 글로벌 진출을 하자는 계획이었죠. 그래서 이 당시의 작업은 번역, 번역한 게임 텍스트를 반영할 수 있는 UI 작업, 해골의 묘사나 너무 노출이 심한 여성이 있는 묘사가 금지된 나라에 대응하기 위한 이미지 교체작업을 주로 진행했습니다. 이렇게 개선 작업을 한창 진행 중이었어요. 그런데 정신을 차려보니 작업 기간이 엄..
나의 이야기 GomdolKim 2019. 3. 28. 07:55
출근하려고 버스에서 내려 잠깐 걸어가는 길이었다. 어디서 나는지 모를 구두약 냄새가 확 올라왔다. 구두약 냄새를 맡고 나도 모르게 어렸을 적 생각이 떠올랐다. 조금 당황스러웠다. 당연히 구두약 냄새가 불러일으킬 향수는 군대 시절일 줄 알았는데 조금 더 어릴 때가 떠올라서. 지금에야 예비군마저 끝나고 손질도 하지 않아 군화가 엉망이 되었다. 하지만 군대 안에 있을 때엔 군화 손질이 참 즐거웠다. 훈련병일 땐, 그 인구밀도 높은 곳에서 유일하게 혼자 있을 수 있는 짧은 시간이었다. 자대 안에선 하루를 마치는 일상의 시간에 베인 냄새였고, 첫 휴가 나가는 나를 챙기는 선임과 함께 혹은 첫 휴가 나가는 후임과 함께 맡은 냄새였다. 그래서 구두약 냄새를 맡으면 바로 군대에 있을 때가 떠오를 줄 알았다. 그런데 갑..
나의 이야기/기획일기 GomdolKim 2019. 3. 23. 09:38
지금 입사하시는 분들은 다른 일을 하실 수도 있고 여기에서의 내용은 스타트업 시절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다를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대충 지레짐작으로만, 혹은 이 사람은 이런 일들을 했었구나로만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사진 : Joanna Kosinska on Unsplash 일 하나. 당연히, 게임 기획 게임 기획을 진행합니다. 제가 했었던 내용은 크게 2가지였어요. 1. 원래 있던 게임의 멀티 플레이 콘텐츠 2. 새로 출시할 게임의 기획 두 가지를 동시에 진행하진 않았어요. 1번 작업이 끝나고, 2번 작업으로 넘어갔습니다. 게임 기획에 했던 일은 이렇게 2개가 가장 큰 덩어리였네요. 일하는 방법은 두 번 다 비슷했어요. 그 중 멀티 플레이 콘텐츠를 기획 했던 때로 정리해보려합니다. 일단 디렉터와 기획팀..
나의 이야기/기획일기 GomdolKim 2019. 3. 16. 06:58
대학 때 약간 전공과는 상관없는 잡기술들을 많이 배웠었어요. 입사하고 나서 도움이 됐던 툴들을 정리해보려합니다. 나열한 순서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순서입니다. 1. 포토샵 와이어 프레임을 그리거나, 게임 UI 작업을 할 때 많이 사용했어요. 그리고 포토샵의 UI와 레이어 개념은 거의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에 그 이후의 그래픽 툴을 배우면서도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심지어 언리얼 엔진을 배울 때에도 포토샵 덕을 보았죠. 포토샵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는 건 전혀 못합니다. 아직 타블렛을 써본 적도 없어요. 제가 다루는 정도라면 PPT에서도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 정도이긴 한데, 그래도 좀 더 깔끔하게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는 점과 앞서 말한 업계 표준 UI, 레이어 개념때문에라도 포토샵은 배워놓은 게 ..
나의 이야기/기획일기 GomdolKim 2019. 3. 15. 07:45
한국 콘텐츠 진흥원(이후 코카) 주최의 기능성 게임 응모에 지원하는 게 첫 일이었어요. 회사를 만들었던 형들, 대표와 기획팀장이 정부 과제를 잘 활용할 줄 알았어요. 스타트업에선 회사를 운영할 자금을 투자받는게 최우선 과제인데, 그 중 하나로 이렇게 정부과제 응모를 통한 비용획득이 있었습니다. 응모하기 위해 만든 게임은 대항해시대같은 무역 게임이었어요. 사용자의 실제 위치가 게임 위치에 반영되도록 하는 게 핵심 기능이었습니다. 세계 지도에서 항구로 사용할 포인트와 우리 나라 지도를 펼치고 좌표화 시킵니다. 각 좌표 별로 가장 연관성이 높은 포인트를 연결해 실제 위치와 가상 위치를 매핑시키는 데, 이 때 일치율이 90% 이상 나오는 방법을 찾은 게 제가 만들었던 게임 기능의 핵심이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
나의 이야기/기획일기 GomdolKim 2019. 3. 11. 07:58
대학교 때 무척 친하게 지낸 형의 제안으로 스타트업 회사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이미 형과 형의 동료들이 회사를 차려놓은 상태였고, 첫 게임을 개발하고 있었어요. 아직 첫 게임 출시가 많이 남은 상태에서 입사했고, 덕분에 창립멤버의 명단 제일 끄트머리엔 들어갔던 것 같습니다. 그 때가 2012년이었습니다. 저의 대학 전공이 게임회사에 들어갈 전공은 아니에요. 그래서 원래는 대기업에 취업을 하려 했구요. 한창 대기업 입사시험과 인적성시험을 보고 있었고 몇 군데에는 붙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게임을 워낙 좋아해서 한 번 만들어보고도 싶었고, 이런 기회가 아니라면 게임 제작의 기회가 없을 거라 생각했어요. 아직 어리기도 했으니까 대기업 입사는 또 기회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하는 건방진 생각도 하고 있었죠. 그래..
나의 이야기/기획일기 GomdolKim 2019. 3. 10. 21:44
사진 : Caspar Camile Rubin on Unsplash 저는 게임 기획으로 한 6년 조금 넘게 벌어 먹고 살았습니다. 그리고 이 앞으로의 글은 제가 게임 기획자로 일했던 지난 날들을 정리하려 합니다.일했던 동안도 높은 직급은 아니었고, 지금은 아예 업종을 바꾸었어요.그래서 좋은 게임 기획자는 어떻게 일해야하고 어떤 걸 할 수 있어야 하는지에 대해선 말을 하진 못할 거 같아요.그저 어떤 일을 했었고, 어떻게 일을 했었는지, 그리고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만을 정리해보려 합니다.이미 오랫동안 이 업을 하고 계신 선배들께서 읽으실까봐 무척 부끄럽기도 하네요.기획자가 궁금하거나 이제 시작하려는 분들에게 도움될만한 문장 하나가 있기를, 저렇게 일을 하면 안되겠다는 반면교사로 남을 수 있기를 바라며 하나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