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게임 기획자 이야기] 셋 반. 일을 하며 느꼈던 감정의 소용돌이

반응형

[게임 기획자 이야기] 셋. 기획자로서 했던 일들에서 이어집니다.

지난 글에선 최대한 감정을 쓰지 않으려고 했어요.

어떤 일을 했는지만 남겨서 기획자는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하신 분들께 도움이 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그 글에선 남기지 않았던 그때의 감정들과, 지금에야 생각할 수 있었던 내용을 남겨보려 합니다.

사실 예전의 일들을 떠올리니 감정도 같이 떠올라서, 초고를 보니 푸념이 엄청 많이 섞여 있었어요.

욕만 안했지 정말 별별 말을 다 써놓았더라구요.

그래서 이야기 넷을 쓰고 나서야 이번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사진 : Fredy Jacob On Unsplash

 

일 하나. 당연히, 게임 기획

게임 기획자가 '나는 제품을 만든다.'라는 말을 하면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저는 아직도 저런 말을 들으면 조금 거부감이 들더라구요.

내가 만들고 싶은 건 모두가 재미있어하고 즐기는 게임인데, 제품이라는 단어는 너무 공산품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저와 함께 발을 맞추었던 기획 팀장님은 게임은 잘 모르는 분이었어요.

그래서 게임 기획을 제품 기획이라고 부르면서 일을 했죠. 

그래서 오히려 의사 결정 기준은 간단했어요.

이 콘텐츠가 얼마나 수익이 날 수 있냐, 현재의 완성도가 얼마나 높냐.

이 두 가지였으니까요.

 

만약 이때의 경험이 없었다면 전 계속 소비자로서 게임에 바라는 내용만 중요하게 여기는 기획자가 되었을 것 같아요.

기획자로서 그리고 스타트업의 일원으로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것의 중요성을 정말 크게 깨달을 수 있었던 건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게임 기획에 회의를 느끼고 더 이상 재미를 느끼지 못하게 된 것도 같은 이유였습니다.

그래도 게임을 만드는 사람이니까 재미있는 걸 만드는 게 제일 중요하게 여기고 싶었어요.

 

일 둘. QA

게임의 규칙과 보상을 만드는 건 정말 즐거운 일입니다.

하지만 생각과 문서로만 있던 게임이 실제로 구현되는 걸 보는 순간은 정말 큰 즐거움이에요. 

그래서 QA로 넘어가는 순간을 정말 좋아했습니다.

캐릭터가 움직이는 것만 봐도 재밌더라구요.

게임이 구체화되는 모습을 보면 진짜 힘이 나고 애정이 커집니다.

동시에 제일 고통스러운 시점이기도 합니다.

버그는 계속 나오고, 밸런스에도 자신이 없어지는 시점이 함께 오거든요.

이땐 정말 스스로를 다잡아가며 일할 수밖에 없어요.

전 제가 성격이 급하고 정신력이 약하다는 걸 이 과정에서 항상 느껴요. 

 

반응형

 

하지만 기획자가 QA 할 때 제일 열심히 보아야 하는 건 따로 있다고 생각해요.

아무래도 기획자니까 더 놓치기 쉬운 문제일 수도 있구요.

바로 '정말 기획한 의도대로 게임이 나왔나'라는 질문과

'그랬더니 생각했던 재미가 있는 게임인가'라는 질문 두 가지입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재미있는 게임일지를 확인할 수 있다면 정말 좋겠지만 그건 불가능할 테니까요.

정말 기획한 의도대로 개발이 되었고, 그래서 재미가 있는지를 항상 확인해야 해요.

게임이 나오면 기획자 입장에선 너무 들떠서 못 볼 수도 있어요.

아니면 출시에 임박해서 수치적이고 기능적인 완성도에 집중하게 되거나요.

그래서 기획 의도대로 재미있게 나왔는지, 그리고 나 스스로 재미를 느끼고 있는지를 계속 확인해야 합니다.

마지막까지 재미있는지를 계속 확인했어야 했어요. 

그래서 꽤 잘 만들었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게임은 나올 수 있었지만,

재미있는 게임이었냐는 질문엔 쉽게 답하지 못하게 됐습니다.

 

어쩌면 잘 만들었어도 재미없는 게임이 완성도는 낮아도 재미있는 게임보다 더 나쁠지도 몰라요.

어떤 식으로든 발전의 여지가 남아있지 않으니까요.

 

글을 남기면서 누군가의 타산지석이 되길 바랍니다만,

이렇게 푸념만 늘어놓으면 정말 도움이 되는 문장이 하나라도 있을지 걱정되기 시작하네요.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반응형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