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일지로 본 일본군 위안소 - 위안소라는 시스템 조명에 집중한.
- 책 이야기/2023년 독서일기
- 2023. 4. 4. 10:00
안녕하세요.
곰사장입니다.
북극서점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책은
하종문님의 진중일지로 본 일본군 위안소입니다.
진중일지는 군사일지란 뜻입니다.
공식적인 군사 서류이죠.
군 부대는 어떻게 편제 되어 있는지,
병사들의 수, 외출 사항, 건강, 출정과 전시현황 등을
기록한 일지이죠.
이 책은 진중일지에서
위안부들이 거처했던 위안소에 관한 기록을 찾고
그 내용들을 정리했습니다.
저자가 주장하는 바는 단순합니다.
일본군 위안소는 군인을 상대로 한 민간 성매매업소가 아니라,
일본군이 직접 기획, 운영한 군사시설 중 하나였다는 것이죠.
이 책은 진중일지를 샅샅히 살펴봄으로써
군인들이 사용하던 성매매업소가
어떻게 군기지 내 위안소로 바뀌었는지,
그 위안소들은 어떻게 설치하고 관리했는지를
알아보고 있습니다.
일본의 전쟁 성폭행 문제를 다루며
위안부에 맞춰져있던 초점을
위안소라는 시스템에 옮겨갔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죠.
진중일지 자체가 이미 많이 손실되고,
자료를 구하는 것도 매우 어려웠다고 합니다.
작가님께선 정말 오랜 시간에 걸쳐,
쉽게 찾기 어려운 내용들을
좁은 주제에 맞추어 정리를 하셨어요.
책 속에서는 진중일지의 자료도 보실 수 있습니다.
작가님께서 내용을 주신것 뿐만 아니라
자료도 무척 풍부하게 담아 주셨어요.
이 책은 커다란 장점 하나와
커다란 단점 하나가 있습니다.
커다란 장점 하나
커다란 장점 하나는
이 책이 가지고 있는 깊은 행간입니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위안소가 어떻게 운영되었는지에 대한
시스템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위안소가 없었습니다.
군 부대 가까이에 민간 성매매업소가 있었고,
창기들이 군인들을 받았지요.
하지만 군인들의 성병이 관리가 되지 않고,
창기들의 성 건강을 직접적으로 통제할 수 없어서,
군인들의 건강과 사기문제가 있었던 겁니다.
그래서 중일전쟁의 시작 시점부턴
군 부대 안에 위안소를 개설한 것입니다.
군인들이 위안소를 들릴 수 있는 '외출'을
부대 단위로 지휘관이 통제하고
위안소안의 위안부들의 검진을 정기적으로 진행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군 위안소를 부대 안에 세우고 운용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군 위안소의 위안부들은
민간인으로 취급되지 않았어요.
오키나와 결전에선 패전이 뻔한 상황에서도
위안부들은 군인들과 함께 있어야 했어요.
이 지점에서 위안부들을 어떻게 다루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냥 단순한 민간 성매매 수준이었다면
군대와 같이 다루지 않았을 거예요.
위안부들의 임금과 송출금까지 단속하지 않았을 거구요.
이 당시 군인들의 강제 징집 사례와,
위안부 역시 군사 작전 내의 요소로 관리되었다는 걸 보면
위안부는 단순 민간 성매매 여성이 아니라,
강압적으로 징집되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진중일지를 통해 보면 많은 노동량과,
전시 후기에는 목숨조차 제대로 쳥겨주지 않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죠.
어느모로 보나 위안부 문제는
전시 상황의 여성 성폭행으로 볼 수 밖엔 없단 걸 추측해볼 수 있습니다.
커다란 단점 하나
이제 커다란 단점을 말해볼 때가 됐네요.
제 생각엔 정말 커다란 문제인데요.
이 책을 읽으며 위에서 설명해드린 행간을 읽는 게 참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저건 이 책에서 굳이 의미를 찾기 위해 발굴한 행간이고,
그냥 책을 읽다보면, 어느 부대에선 위안소가 어떻게 운영되었고,
다른 부대에선 위안소가 어떻게 운영되었다는 진중일지의 나열일 뿐입니다.
자료에서 이런 행간이 있는 거란 걸
저자가 한 번이라도 직접적으로 이야기할만도 한데,
그런 게 없습니다.
그러니 기록 시기와 주둔부대만 다를 뿐
상당히 같은 내용의 반복도 많아요.
반복이 많고 저자의 주장이 없어서 책의 요약조차 애매합니다.
읽는 재미만 따지고 보면 정말 재미없는 책인거죠.
그래서 더 아쉽습니다.
정말 고생해서 쓰셨다는 것도 알 수 있고,
중요한 자료며 중요한 주제라는 것도 알 수 있는데,
작가의 관점을 이렇게 까지 숨길 필요가 있는 건가라는 아쉬움이 계속 남습니다.
그 점이 다음 책장을 넘기는 기대감과 재미를 없앴다고 생각하게 돼요.
커다란 의미 하나
하지만 장단점을 제외하더라도,
이 책은 여전히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의 전쟁 성폭행 피해자에 대한 연구를
인물에서 시스템으로 옮겨갔다는 점.
그리고 그 기록의 탐색과 해석이 쉽진 않았겠지만
뚝심있게 한 길을 걸어준 기록을 남겼다는 점이요.
거름같은 책이에요.
위안부에 조명되어 있던 성노예 피해자 연구에서,
위안소, 그리고 시스템으로 옮겨갈 수 있는 기틀을 만들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이 직접 그런 부분을 심도있게 다루지 않은 건 아쉬운 부분이지만,
이 책을 기반으로 좀 더 많은 연구 서적들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마치며
진중일지로 본 일본군 위안소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개인적으론 대학 전공서적 이후로 발견한
정말 재미없는 책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전공서적이라는 게,
책장에 꽂아놓으면 또 언젠가는 필요한 날이 생기더라구요.
그리고 가끔 그 속에서 커다란 영감을 얻을 때도 있구요.
그러니 재미로, 교양으로 읽어보시란 말씀을 드리긴 어렵지만,
이런 책이 나왔다는 것 정도는 꼭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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