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 생후 226일, 네가 크고 있다는 것은.
- 나의 이야기/일기
- 2020. 11. 23. 23:08
이제 넌 네가 원할 땐 제대로 기어다닐 수 있단다.
물론 배로 미는 게 더 빨라서, 빨리 가고 싶을 땐 배밀이를 하지만.
무언가를 짚고 일어서는 건 일도 아니고,
짚은 채로 옆으로 조금식 걸을 수도 있단다.
그런데 보행기는 여전히 싫어해.
보행기를 타면 뒤로만 가고, 옆으론 조금 움직이고, 앞으론 전혀 가지 못한단다.
이유식도 중기로 넘어간 지 벌써 한 달이나 됐어.
잘 먹으면 150ml도 먹고, 못 먹어도 이젠 100ml는 넘게 먹는단다.
다행히 가리거나, 알러지가 일어난 것도 없어.
넌 아빠보다 채소도 잘먹는단다.
아빠는 콜리플라워는 잘 못먹어.
엊그젠 네 엄마랑 닭 육수를 200ml에서 400ml로 올려봤어.
냄새가 엄청 좋더라.
네 이유식용 닭육수를 내어놓고 남은 건 엄마 아빠 라면물로 썼는데 엄청 맛있었어.
네 엄마는 초등학교 들어가고 난 후에야 라면을 먹이겠다지만,
아빠랑은 엄마 몰래 먹자.
이는 아랫니 2개, 윗니 2개, 그리고 그 옆으로 2개가 더 나고 있는데 조금은 더디단다.
요즘엔 오히려 잠을 엄청 많이 깨고 깊게 못자.
성장통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는데, 팔다리가 많이 쑤신걸까.
이젠 제법 기억력도 관찰력도 좋아졌단다.
가지고 놀던 장난감이 바닥에 떨어지면 눈으로 주욱 좇기도 하고,
엄마가 눈앞에서 방으로 들어가거나 문밖으로 나가면 울기도 하고.
퇴근해서 들어오는 아빠를 보고 엄청 방긋 웃어주기도 해.
행주를 만지고 싶어해서, 엄마 등 뒤로 행주를 숨기면 등 뒤를 빤히 쳐다보기도 하구.
이런 과정을 겪음에도 너를 보면 아직 너무 작고 조그만하다고 생각해.
특히 자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어떻게 이렇게 작은 아가가 있을까 싶단다.
하지만 이제 젖병을 네가 쥐고 먹는 모습을 보면서,
"우와..많이 컸구나"란 생각이 한 번 들었단다.
천지로 기어다니는 모습을 볼 때에도 안들었던 생각인데.
원래는 아빠가 젖병을 잡아주면,
왼 손으론 아빠의 네번째 손가락을 잡고, 오른 손으론 아빠의 엄지손가락을 잡고 먹는 너였는데.
이젠 네 스스로 젖병을 잡고 먹는구나.
엄마랑 아빠는 여전히 잠도 부족하고,
이젠 힘이 세져서 투정 부리는 널 안고 있으면 무겁다고 느낄 때도 있지만,
우리 똘이가 너무 빨리 크진 않았으면 좋겠다.
물론 어떤 모습이라도 얼마나 작거나 크더라도 똑같이 사랑하겠지만
지금 이렇게 작은 모습 그대로, 손 많이 가는 네 모습을 조금 더 눈에 담아두고 싶구나.
'나의 이야기 >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기 - 생후 240일. 이유식, 냄비에서 압력솥으로. (0) | 2020.12.24 |
---|---|
일기 - 생후 238일. 뚱이 땡이가 아팠다. (0) | 2020.12.10 |
일기 - 생후 222일, 할머니 생신 (0) | 2020.11.17 |
일기 - 생후 220일, 뚱이와 땡이의 방광염 (2) | 2020.11.12 |
일기 - 생후 219일 (0) | 2020.1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