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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 데이비드 호크니 서울 시립 미술관 전시를 다녀와서 (알고가면 좋았을 내용들, 알아뒀더니 좋았던 것들을 정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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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서울 시립 미술관

데이비드 호크니의 전시를 다녀왔어요.

서울 시립 미술관에서 지난 3월 22일에 시작해 8월 4일까지 진행하는 전시입니다.

 

저는 아는 분의 소개로 다녀왔어요.

미술에는, 특히 현대 미술에는 문외한이라 아마 그 분의 소개가 없었다면 모르고 지나쳤을 것 같습니다.

 

처음에 전시관에 들어가자마자 진중권님의 현대 미술 감상의 요령을 떠올리게 됐습니다.

현대에 와서 미술의 감상이라는 건 작가와의 교감이 중요한 거라는 말이요.

사실 제가 보기엔, 대부분은 보기 편하거나 아름다운 그림은 아니었어요.

특히 호크니의 초기 작품에는 자전적인 내용이 엄청 많기 때문에, 작가에 대해서 잘 알고왔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어요.

 

음성가이드 덕분에 그나마 조금은 더 깊게 보고 올 수 있었어요.

하지만 알고 갔으면 좋았을 것들, 그리고 알아뒀더니 좋았던 것들을 갈무리하며 전시회 소감을 정리하려 합니다.

 

작가 자신에 대해

1937년 영국 태생입니다.

동성애자예요. 그의 초기 작품을 보면 성정체성과 사랑에 대한 고민이 많이 담겨있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화풍이나 재료, 작품에 대해 엄청나게 실험적이고 도전적이었습니다.

작품의 캔버스도 크기와 모양도 엄청 다양하고 정형화 되지 않은 작품이 많아요.

'와터 근처의 더 큰 나무들'은 세로 4.5m, 가로 12.2m의 크기이고, '더 큰 그랜드 캐니언'은 세로 2m, 가로 7.4m 로 압도될 정도로 크기가 큰 작품들이 있어요.

'카리브해의 티타임' 같은 작품은 독특하게 생긴 캔버스와 초점이 살아있는 작품이었죠.

꼭 이런 캔버스 뿐만 아니라 작품의 기법, 아크릴 물감 등을 이용한 재질과 질감도 참 다양합니다.

사진기와 컴퓨터도 적극적으로 사용했다는 설명도 들을 수 있었어요.

전시회에는 없었지만, 찾아보니 아이패드로도 작품을 그리고 있다고 하더군요.

그 만큼 새로운 매체에 대한 도전 정신이 강한 작가입니다. 이 모든게 작품에 잘 들어나 있구요.

 

영국인이지만 미국과 멕시코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다는 것,

피카소를 존경하고 그의 화풍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것도 전시회를 보면서 알 수 있었어요.

전시회의 한 곳엔 아예 <푸른 기타>라는 섹션이 있어, 호크니가 얼마나 피카소를 존경했는지 알 수 있는 작품들도 있습니다.

 

판화

전시회를 소개하는 작품들엔 아크릴 물감, 오일을 이용한 캔버스 드로잉 작품이 많아요.

하지만 전시회를 구성하고 있는 작품들은 판화도 참 많았습니다.

판화 작품들 끝자리를 둘러보면 29/40 과 같은 분수를 볼 수 있는데요, 이는 '판화를 찍은 횟수(번호) / 작가가 의도한 총 발매 개수'를 의미합니다.

앞서 29/40과 같은 표시는, 작가는 이 판화로 총 40개의 인쇄를 하길 원하며 이 작품은 29번째로 인쇄된 작품이라는 뜻이죠.

가끔 로마 숫자로 XXVI 같이 적혀있는 작품들도 있는데요, 이건 전부 덧셈으로 읽으시면 됩니다.

X=10, V=5, I =1 이니까 XXVI는 10+10+5+1로 26으로 읽으시면 돼요.

 

에칭

이번 전시회에선 유난히 에칭 작품이 많았어요.

에칭은 판화의 기법으로 동판화를 의미합니다. 동판의 표면을 부식시키거나 질감을 다르게 만들어 판화로 찍어내는 기법입니다.

그가 사용한 다른 판화 기법들도 음성 가이드에 나와있었는데, 에칭이 가장 많아 기억에 남네요.

 

근처 맛집들

시립미술관 근처엔 맛있는 곳을 잘 몰라서, 가까운 을지로 쪽으로 갑니다.

'용금옥'은 추탕을 팔아요. 맛있는 녀석들에도 소개된 적이 있는데, 진짜 맛있습니다.

'을지면옥'도 그 즈음에 있어요.

조금 더 나가서 종로 5가쪽 '백제정육점'의 육회도 진짜 맛있구요.

 

이번 전시에서 제가 제일 좋았한 작품 중 하나입니다. David Hockney, Rain, 1973. 사진 : nga.gov

위의 저 정도가 알고 있어서 좋았던, 혹은 알고 갔으면 더 좋았을 내용이네요.

전 딱히 작가와 친해질 것 같은 느낌은 받지 못했지만, 그래도 물을 표현한 작가의 작품들은 모두 다 좋았어요.

전시회에선 수영장, 비, 더 큰 첨벙이 있었는데 그 중 비가 너무 좋아서 한참을 보고 왔어요.

이 작품 하나만으로도 전시회에 다녀온게 아깝지 않을 정도로요.

다만 비는 아트포스터도 엽서도 없더라구요. 원본 중 하나를 사고 싶을 정도로 좋았는데.

 

여러분도 한 번 꼭 다녀오시면 좋겠습니다.

전시 잘 보시고, 맛있는 것도 많이 드시고 오세요.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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