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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런 킹덤을 게임 시스템 기획 교재로 삼아본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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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차리고 보니 여기까지 왔습니다.

런칭한 날 부터 시작해서 오늘로 딱 29일째 게임을 즐겼네요.

무척 재밌게 즐기고 있습니다.

아주 옛날에 히어로 스퀘어를 즐겼던 느낌이 납니다.

물론 그 게임은 두 장르간의 융화가 잘 되지 않아서 배드 엔딩으로 끝났지만,

그래도 당시엔 아주 특색있는 게임이었고 첫인상은 나쁘진 않았으니까요.

 

원래 제가 글을 쓰는 방식이라면 단점을 짧게 이야기하고, 장점을 많이 이야기했을 거예요.

장점이 많고, 재밌게 즐겨서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줄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다만 오늘은 남의 집 기획자로서, 특히 시스템 기획자로서 쿠키런 킹덤을 기획 교재로 삼는다면

어떤 이야기를 할지를 좀 짚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을 만드신 많은 분들의 수고에도 불고하고, 단점을 조금 더 짚어보게 되는 게 참 죄송스럽네요.

 

꼭 하고 싶은 이야기는 시스템 기획도 사용자 배려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시스템 기획을 하면, 그래도 숫자, 진행 구조 등 나름 이과형으로 분리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사용자를 배려하는 기획과는 조금 거리가 멀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게임은 플레이어가 즐기는 콘텐츠인 만큼 시스템 기획 역시 사용자 배려가 정말 중요합니다. 

이건 버그는 아니에요. 하지만 더 나은 방향이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게 남습니다.

 

 

우선 첫 번째로 아쉬웠던 점은 사용자에게 표시하는 정보입니다.

지금은 8스테이지도 별 90개 100%로 클리어했어요!!

이전 스테이지를 깨지 않으면 다음 스테이지 정보를 볼 수 없습니다.

'이전 스테이지 클리어하기'라고 나옵니다.

하지만 이 정보가 이 스테이지의 보상 정보나 공략 정보를 보여주는 것보다 중요하진 않다고 생각해요.

입장 버튼만 잠굴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쿠키런 킹덤은 스테이지 별로 얻을 수 있는 토핑이 다르죠.

어둠으로 가면 받을 수 있는 쿠키의 영혼석도 보상에 있습니다.

권장 전투력이 얼마인지, 보상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게 더 좋았을 거 같아요.

 

두 번째로 아쉬운 점은 아레나 등급의 하강 버퍼입니다.

ELO와 아레나 기획을 따로 다룰까란 생각을 했을 정도로 킹덤 아레나는 아쉬운게 많습니다. 

그 중에 가장 아쉬웠던 건 등급 하강에 버퍼가 없어,

승급의 즐거움과 동시에 하강의 매운맛을 볼 수 있는 구조였다는 것입니다. 

 

위의 사진으로 보면 다이아몬드3 등급은 1400 트로피부터 시작합니다. 

하강도 저 점수가 아래로 떨어지면 등급도 낮아집니다.

만약에 사용자가 점수가 딱 맞아떨어져 승급을 했는데 그 다음 전투에서 졌다면,

혹은 승급을 하고 나서 다음 번에 켰는데 그동안 몇 게임을 졌다면 바로 하강하게 되는 구조입니다.

 

등급 하강엔 최소 스무개 남짓한 버퍼가 있었으면 더 좋았을 거예요.

트로피가 1,385 아래가 되면 한 단계 아래로 등급이 떨어지게 만들어놓았으면 사용자가 받을 충격이 훨씬 적었을 겁니다.

하강 버퍼는 사실 MMR을 두는 많은 게임들이 적용하고 있는 개념입니다.

오히려 없는 게임을 찾기가 어렵다보니, 이런 아쉬움이 바로 느껴지게 되었습니다. 

 

세 번째로 아쉬운 점은 텍스트, 숫자에 있어요. 

6 스테이지가 넘어가면, 왕국 이야기 클리어로 얻을 수 있는 경험치가 엄청나게 늘어납니다. 

8-5 스테이지는 UI 칸수를 넘어갈 만큼 숫자가 찍혀요.

실제로 퀘스트 한두개만 깨면 왕국 레벨이 바로 올라가기도 했죠.

이게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게임 중후반엔 왕국 레벨을 쉽게 올려주기 위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크게 체감되지 않았어요.

제 친구가 했던 명언이 있습니다. '밸런스는 감성이지.'

저 말이 참 오랜만에 떠올랐습니다. 

 

물론 SNG 쪽 생산 밸런스, 쿠키의 등급과 성장 밸런스, 전투 밸런스와 전투력 표기는 더 하고 싶은 말이 많아요.

시스템 기획 이야기를 하려했으니 밸런스 쪽은 말을 줄여봅니다.

하지만 사용자에게 보여지는 저런 부분도 참 아쉽습니다.

이전 까진 2~3만 정도의 경험치를 받다가 갑자기 몇십만, 백몇만의 숫자가 뜨면 당연히 버그처럼 받아들이겠죠.

그리고 스테이지 한 판의 클리어 경험치가 200남짓이 되는데,

왕국 레벨업을 위해 저 정도의 경험치가 필요하다는 건 애시당초 경험치 조절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외에도 지금은 업데이트로 없어졌지만, 한 동안 있었던 팝업이 있어요.

"알 수 없는 오류가 발생했습니다."란 텍스트가 뜨는 팝업이었죠.

금방 없어졌으니 다행이에요.

저런 텍스트가 DB에 있었다는 것 만으로도 정말 큰 문제였다고 생각합니다. 

 

 

네 번째로 아쉬운 건, 굳이 실제 날짜 변경시간과 시스템의 카운트 시간이 동일할 필요는 없었다는 점

소원 나무, 업적 등 날짜가 체크되는 퀘스트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퀘스트들의 갱신 시간은 00시에요.

아마 대부분의 게임들은 갱신 시간을 새벽으로 잡고 있습니다.

웬만큼 00시 체크가 중요한 게임이 아닌 이상에는요.

 

그 이유는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의 플레이 시간에 기반합니다.

특히 20대 후반에서 40대의 플레이어가 많아지면, 

퇴근 후에 게임을 할거라는 전제 하에 갱신시간을 뒤로 빼놓는 거죠.

7시에 퇴근해서, 집에가서 저녁먹고 치워놓은 다음,

자기 전에 한 두시간 게임하려면 12시 갱신은 정말 가혹하니까요.

 

물론 쿠키런 IP는 이전의 게임들이 있었으니까 사용자 그룹이 가정되어 있었을테고, 

그 그룹을 기반으로 00시가 갱신시간으로 잡혔을거란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굳이 00시일 필요는 있었을까란 생각도 들어요.

실제로 서비스 하는 첫 한달동안 점검시간 때문에 00시 갱신이 빠듯한 날도 있었구요.

 

 

마치며

앞서 말했던 히어로스퀘어는 SNG와 RPG가 서로의 성장에 너무나 큰 영향을 주는 기획이었어요.

하지만 쿠키런 킹덤은 두 장르가 거의 섞이지 않습니다. 

왕국 레벨이 쿠키의 레벨 상한에 영향을 주지만 퀘스트 진행을 하다보면 크게 의미가 없어지고,

SNG에서 얻을 수 있는 별사탕의 개수도 아직까진 크게 중요도를 모르겠습니다. 

두 장르를 철저하게 분리해놓은 느낌이에요.

 

그래서 더 재밌게 게임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성격이 다른 두 장르를 플레이하다보면 시간이 정말 잘가거든요. 

 

게임이 출시된지 아직 한달밖에 되지 않아,

앞으로의 업데이트와 개선 패치로 더 좋은 게임이 될 거라고 믿어보고 싶습니다.

쿠키런은 정말 좋은 IP이고, 쿠키런 킹덤은 그 IP를 참 잘 살린 사랑스러운 게임이었어요.

 

오래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되어주면 좋겠습니다. 

게임 만든다고 정말 고생하셨고,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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