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좋아했던 앨범 이야기 - 라이온킹 OST
- 나의 이야기/똘이에게
- 2020. 1. 13. 21:25
아빠가 제일 처음 극장에서 본 영화는 라이온킹이란다. (쥬라기 공원이었던가?)
아빠의 이모와 함께 가서 봤지. 쥬라기 공원은 네 할머니랑 극장을 가서 봤던 기억이 있는데.
그 때는 극장이 흔하지 않아서, 한 시간 남짓 버스를 타고 가서 봤어야 했어.
무척 어린 나이였지만 영화에 흠뻑 빠졌단다.
다양한 동물들. 한 번 발을 헛디뎠지만 끝까지 힘을 내는 심바. 의리 넘치는 티몬과 품바까지.
애니메이션이란 장르에 눈을 떴던 것 같아.
영화 뿐만 아니라 음악도 엄청 좋아했어.
가사도 잘 모르지만 엄청 부르고 다녔거든.
심지어 Circle of life, Be prepared, Can you feel the love tonight은 지금도 좋아하는 노래이고.
조금 더 시간이 지나서 아빠도 초등학생이 되었고, 어쩌다 레코드 가게에서 라이온킹 OST 테이프를 봤어.
레코드 가게는 바닷가 근처에 있었는데 친구들이랑 같이 놀다가 테이프가 꽂혀있던 걸 본거 같아.
그 때 돈으로 5천원 정도 했는데, 한 번의 취미 생활로 쓰기엔 제법 큰 돈이었어.
그래도 꼬박꼬박 용돈을 모아서 샀단다.
이 테이프를 사려고 집안 일에 가격을 매겨 도와드리곤 할머니에게 돈을 받아갔어.
네 할아버지는 구두를 잘 신는 분은 아닌데, 구두를 닦고 200원인가 300원인가를 받아갔지.
할아버지가 구두를 신을 일이 잘 없기도 했고, 네 할머니도 워낙 깔끔해서 할아버지 구두는 늘 깨끗했는데.
구두약 한 번 묻히고 용돈을 받아갔네.
그렇게 어처구니 없이, 그리고 악착같이 용돈을 모아서 그 다음에는 알라딘, 미녀와 야수의 테이프까지 샀던 걸 기억해.
요즘엔 카세트 테이프가 없으니, 넌 잘 모르겠지.
어쩌면 카세트 테이프라는 말을 처음 듣는 거일지도 몰라.
테이프는 A면, B면이 있단다.
플레이어에 앞으로 넣는지, 뒤집어서 넣는지를 의미하는 데 이걸로 각각 다른 노래들이 나와.
원하는 노래를 찾으려면 빨리 감고 뒤로 감아야 했어.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 보면 스타로드가 음악을 듣는 게 바로 카세트 테이프야.
아무튼.
아빠는 엘튼 존이 직접 부른 Can you feel the love tonight을 제일 좋아했어.
그 노래는 B면 제일 뒤에 있었단다..
앞에서 부터 시작해 25초 정도 감으면 그 노래가 나왔어.
옛날에는 노래를 그렇게 찾아서 들어야 했단다.
카세트 테이프는 케이스 안에 가사집이 있단다.
가사집이 파란색이었던 걸 아직 기억해.
엄청 여러번 접혀있는 종이인데, 그걸 펼치면 노래 가사가 나오지.
CD로만 넘어와도 가사집이 책 형태인데, 테이프는 길게 인쇄한 종이를 여러번 접은 걸 썼어.
그렇게 케이스로 만들어서 썼던 거야.
너무 많이 펼쳐보면 찢어지게 되는데, 라이온킹 가사집은 테이프로 두 번 정도는 붙였던 기억이 나네.
라이온킹은 아빠에게 꽤 많은 이야기거리를 가진 영화란다.
너랑 빨리 이 영화를 같이 볼 날을 기다리고 있어.
물론 아까 이야기했던 알라딘, 미녀와 야수도 참 좋은 영화들이고.
어서 빨리 우리 똘이가 보고 싶구나.
덧. 이 OST의 작곡가는 앨튼 존이란다. 하지만 아빠에게 디즈니 작곡가라면 앨런 멩컨이지. 알라딘도, 미녀와 야수도 정말 멋진 음악을 가지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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