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게임 이야기

레드 데드 리뎀션2 리뷰 - 게임에서 캐릭터가 가지는 커다란 힘

by GomdolKim 2019. 3. 10.
반응형

레드 데드 리뎀션2 Red Dead Redemption2, 락스타 게임즈. 2018

> 본 게임에 대한 강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요즘 했던 게임들은 시나리오도 훌륭해서 캐릭터 하나마다 정이가고 인상 깊었어요.

최근에는 드래곤 퀘스트 빌더즈2의 시도가 그랬고, 조금 더 뒤로 가면 갓 오브 워의 크레토스가 있었죠.

그래도 앞으로는 여태 했던 게임 중에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로는 아서 모건을 꼽게 될 거예요.

게임을 진행하면 할수록 아서에게 헤어나오지 못할만큼 빠졌습니다.


락스타의 전작인 GTA5도 캐릭터의 개성이 엄청났죠. 트레버를 어떻게 잊겠어요.

다만 GTA5에선 캐릭터들이 유쾌한 아바타가 될 수는 있어도 감정이입을 해 나만의 캐릭터가 되긴 어려웠죠.

이렇게 캐릭터 자체에 흠뻑 빠진 건 거의 처음처럼 느껴집니다.

락스타가 오픈월드가 아니라 빡빡하게 시나리오만 즐길 수 있는 싱글 게임을 하나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만큼이요.


사실 처음부터 아서에 호감을 느낀 건 아니었어요.

일단 사냥, 낚시, 사이드 퀘스트 등 할 수 있는 게 너무 많아 게임에 적응해야하는 시간도 길어서 초반엔 게임 속에서 내가 플레이하는 캐릭터 이상의 느낌을 갖진 못했어요. 

그리고 초반엔 정말 단순한 무법자 총잡이에요. 강도짓, 대부업, 심지어는 살인까지. 

나쁜 짓에 적극적이진 않지만 갱단이 저지르는 나쁜 짓엔 항상 아서가 있습니다.


다만 점점 시나리오가 진행됨에 따라 선악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모습이 나옵니다.

선함과 악함을 항상 고민하고, 좋은 선택지를 고르면 인간적인 냄새가 물씬나는 시나리오 피드백을 받을 수 있어요.

자신의 잘못에 상처입은 사람들에게 속죄하고 도움을 줄 때에도 본인의 마음이 편하자는 게 아니라, 진정으로 사죄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죠.


'좋은 사람'에 대한 깊어지는 고민, 그리고 '좋은 사람'이고 싶어하는 모습을 보며 감동받습니다.


원래 좋은 사람이었다고 생각해요. 

다만 아서가 생각했던 좋은 행동이라는 게 처음엔 갱단의 식구들을 챙기고, 갱단을 발전 시키는 것이었겠죠.

그러니 갱과 대립되는 사람들은 죽이고, 갱의 살림을 챙기기 위해 사냥과 강도짓을 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전에는 없었던 상황들이 생겨나며 약자를 돕고, 타인에게 친절한 것이 정말 좋은 행동이라는 걸 점점 깨닫습니다. 

그 과정이 무척 감동적이고 전달력이 좋기 때문에 아서에게 점점 빠졌던 것 같습니다.


그와는 별개로 전체적인 상황은 점점 최악으로 흘러갑니다.

아서는 건강을 잃고, 갱은 외부적으론 적에게 쫓기며 내부적으론 분열하죠.

이 쯤되면 거의 그리스 비극의 느낌도 납니다. 운명이 내 편이 아니고 점점 더 안좋은 상황으로만 흘러가죠. 

다만 그 와중에서도 좋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는 아서의 모습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어서 마지막 챕터에선 밤을 새가며 엔딩으로 달렸어요.

결국엔 아서에게 이렇게 감정이입을 깊게 한 건 시나리오와 캐릭터가 가진 깊이감 덕분이네요.



게임 안에선 아서를 이야기하며 마태복음 5장을 차용합니다.


온유한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땅을 기업으로 받을 것임이요.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배부를 것임이요


나쁜 일도 많이 저질렀고 좋은 사람의 범주에 들긴 많이 모자란 사람인 건 맞습니다.

다만 언제나 그의 사람에겐 의리를 지키며 헌신적이었지요.

그리고 나중엔 자기 손에 닿는 사람들은 누가 되었든 도움을 주고자 했어요.

비록 나쁜 곳에서 시작하였으나 자기를 돌아보며 좋은 사람이 되고자 발버둥쳤던 그에게 어울리는 구절이라고 생각합니다.

해가 뜨는 걸 보며 삶을 다하는 아서의 모습을 보며 그래도 그가 행복하게 마지막을 맞았길 바랍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