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기획자 이야기] 둘. 들어가선 어떤 일을 제일 먼저했나요
- 나의 이야기/기획일기
- 2019. 3. 15. 07:45
한국 콘텐츠 진흥원(이후 코카) 주최의 기능성 게임 응모에 지원하는 게 첫 일이었어요.
회사를 만들었던 형들, 대표와 기획팀장이 정부 과제를 잘 활용할 줄 알았어요.
스타트업에선 회사를 운영할 자금을 투자받는게 최우선 과제인데,
그 중 하나로 이렇게 정부과제 응모를 통한 비용획득이 있었습니다.
응모하기 위해 만든 게임은 대항해시대같은 무역 게임이었어요.
사용자의 실제 위치가 게임 위치에 반영되도록 하는 게 핵심 기능이었습니다.
세계 지도에서 항구로 사용할 포인트와 우리 나라 지도를 펼치고 좌표화 시킵니다.
각 좌표 별로 가장 연관성이 높은 포인트를 연결해 실제 위치와 가상 위치를 매핑시키는 데,
이 때 일치율이 90% 이상 나오는 방법을 찾은 게 제가 만들었던 게임 기능의 핵심이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엄청 부끄럽네요.
포켓몬고와는 조금 다른 것도 그 지점이에요.
실제 지도를 쓰는 게 아니라, 가상 지도에 현실 지도를 매핑하는 방법을 쓴거죠.
그래서 세계지도를 한국 위치에 맞게 매핑시키고 그 위치별로 거래 가능한 품목, 시세가 변하는 기획이었습니다.
어떤 도시에만 나오는 지역 특산품이 있고, 거리에 따라 시세가 더 변한다는 일반적인 공식이었죠.
우선 프로토타입과 기획서를 준비했어요.
프로토타입은 어느 선에서 개발과 디자인을 마무리짓지만 기획은 끝까지 진행했습니다.
위치 변환에 적용할 로직이나 그 로직에 따른 시세 변환 계산, 필요한 리소스, 아이템 DB는 갖추어져야 만들 수 있으니까요.
이 때 기획서는 워드로 작성해서 코카에 제출했어요.
하지만 혹시 짧게나마 소개할 시간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과 요약본이 있으면 좀 더 점수를 딸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에 PPT로도 함께 제출했습니다.
프로토타입까지 만들면 코카에 제출하고 당락을 기다립니다.
이때부터 맥북 에어를 썼었어요. 윈도우는 안쓰고 싶어서였는데, 겉멋이 잔뜩 들었던 시절이었네요. 사진 : Christin Hume on Unsplash
다행히 저희 프로젝트는 붙었어요.
프로젝트가 당선되면 진행 비용을 투자 받구요,
프로젝트 기간이 끝나면 만들어진 게임으로 평가를 받습니다.
평가에도 통과했기 때문에 불합격 평가를 받으면 어떻게 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투자 비용의 일부를 반환하거나, 다음 응모에 제한을 받는 등의 패널티가 있을거예요.
당연히 게임 응모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게임이 얼마나 잘 나왔는지가 주요 평가 대상입니다.
하지만 기능성 게임이라는 점과 응모전이라는 점이 합쳐져 가산점을 받을 수 있는 내용들이 독특했습니다.
예를 들어 위치 변경에 대한 특허, 학회에 제출한 논문이나 포스터가 가산점을 받을 수 있는 요소였어요.
그래서 전부 준비했었어요.
동일한 내용의 특허는 없는지 확인하고 기획서를 수정해서 특허 출원 신청서를 작성해 변리사를 만나 특허 출원을 했어요.
특허 허가는 나지 않았지만요.
전환 방법에 대해선 유용하다고 판단하나 목적이 너무 보편적이라 내어줄 수 없다는 피드백이었어요.
특허는 물건너 갔지만 학회 등록은 잘 진행됐습니다.
위치 변경 로직을 설명하고 실제와 얼마나 잘 맞는지에 대한 상관분석으로 포스터를 썼어요.
이 포스터로 학회 등록까지 성공했구요.
그런데 무슨 학회였는지 기억이 안나네요.
인간 공학이나 컴퓨터 공학 쪽으로 냈었던 거 같은데.
그 때의 포스터를 보면 얼마나 부끄러울까요.
모든 자료가 다 사라져있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정부 과제를 진행하면서 회사에서 준비하던 게임도 같이 맡아서 했어요.
제가 기억하는 한은 이게 제가 제일 처음 사회생활에서 맡아서 했던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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